“한끼 식사하면 체류비 거의 다 써”… 고물가에 해외비행 늘어도 한숨 쉬는 항공사 승무원들

2022/09/03 14:20 6.8K
“한끼 식사하면 체류비 거의 다 써”… 고물가에 해외비행 늘어도 한숨 쉬는 항공사 승무원들
“한끼 식사하면 체류비를 거의 다 사용해요. 환율이랑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요즘은 컵라면을 챙겨 다녀요”
국내의 한 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5년차 항공 승무원 이모(30)씨는 최근 비행을 나갈 때마다 컵라면을 챙겨간다. 최근 환율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승무원들이 현지에서 식비 등에 사용하는 ‘체류비’는 그대로라 빠듯하기 때문이다.
대양주 노선 비행을 최근 다녀온 이씨가 받은 체류비는 시간당 2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 사이판 공항 내 햄버거 세트 가격은 약 12달러이니, 팁까지 포함하면 이씨는 도착 후 6시간 넘게 있어야 겨우 햄버거 하나를 사먹을 수 있는 셈이다. 이씨는 “현지 호텔마다 계약이 달라서 조식을 제공하면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가면 삼시세끼를 챙겨 먹기도 어렵다”며 “환율과 물가는 폭등했는데 체류비는 최근 몇 년간 동결됐다”고 말했다.
교통비와 호텔·식당에서 지불하는 팁도 체류비로 써야 하는데,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할 경우 사실상 체류비가 거의 다 나간다고 한다. 즉석식품 등을 챙겨가지 않으면 식사를 챙겨먹기도 어려운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달 들어 달러당 1350원을 웃돌아 지난해 1월(1080원대)보다 25% 정도 상승했다. 여기에 유럽, 동남아 각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월간 기준으로 7~10%대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나 일본 등 상대적으로 짧은 노선을 다니는 LCC(저가항공사) 승무원들의 상황도 팍팍한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동남아 지역으로 비행을 다녀왔다는 승무원 정모(26)씨는 “동남아 지역은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체류 기간이 짧아 체류비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적게 지급된다”며 “하지만 물가가 많이 올라 요즘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옷은 안 챙겨도 컵라면은 챙겨야 한다’는 농담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달 3일부터는 정부가 모든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무급 휴직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항공사 승무원들은 일터로 복귀하고 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화 약세로 해외 현지 체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승무원들은 환율이 오른 만큼 체류비도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행 횟수는 늘고 있는데 현재 지급되는 체류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국 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승무원 박모(32)씨는 “국내·국외 항공사를 막론하고 승무원들이 지급받는 체류비가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간 코로나19를 이유로 월급을 동결한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해외 비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승무원들이 마음 놓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체류비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