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의 경제학]① TV·유튜브 점령했다… 돌싱 가구 400만 시대

2022/09/09 08:07 1K
[돌싱의 경제학]① TV·유튜브 점령했다… 돌싱 가구 400만 시대
이혼이나 사별로 이른바 ‘돌싱’이 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돌싱 가구주는 2020년 기준 408만명을 기록했다. 전체 가구주 5명 중 1명은 돌싱인 셈이다. 돌싱 인구가 늘면서 사회적인 인식도 바뀌고 있다. 돌싱을 내세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고, 이혼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시선도 사라지고 있다. 돌싱 인구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도 확대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4회에 걸쳐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돌싱에 대해 조명한다.[편집자주]
지난해 TV조선에서 방송된 ‘우리 이혼했어요’는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단어인 ‘이혼’을 전면에 내세워 화제가 됐다. 실제 이혼을 경험한 배우 이영하와 선우은숙, 유튜버 최고기와 유깻잎 등이 출연해 솔직한 사연을 들려줬고, 분당 최고 시청률 10%를 기록했다.
‘돌싱글즈’라는 프로그램은 이혼 대신 ‘돌싱’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고, 젊은 돌싱들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스마트미디어렙에 따르면 얼마 전 방송된 돌싱글즈3는 회당 평균 클립 조회수가 111만뷰를 기록했다. 미혼 남녀가 나오는 비슷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우리 이혼했어요’나 ‘돌싱글즈’의 인기는 한국 사회에서 돌싱이 더는 숨겨야 할 과거나 치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과거에는 이혼이나 사별을 한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보는 선입견이 있었다면, 이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돌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돌싱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일 수 있을 만큼 흔해졌다”며 “내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궁금해지고 대응책을 찾기 마련인데, 돌싱을 내세운 프로그램은 단순히 웃음 소재로 가볍게 소비하는 게 아니라 현실감 있게 보여주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돌싱의 부상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총 가구주 2073만명 가운데 돌싱은 408만명에 달했다. 사별이 210만명, 이혼이 198만명이었다. 전체 가구주에서 돌싱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 다섯 가구 중 한 집은 돌싱인 셈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2040년에는 돌싱 가구주가 570만명(사별 248만+이혼 32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가구주에서 돌싱이 차지하는 비중도 23.9%로 20년 뒤에는 네 가구 중 한 집이 돌싱이 되는 셈이다.
돌싱을 내세운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건 이 같은 사회적인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돌싱글즈 연출을 맡은 박선혜 PD는 “차별화된 연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기획을 하던 중에 젊은 이혼 인구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기혼자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찾게 되는 게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1월 발표한 ‘혼인·이혼 인식 보고서’에서도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듀오가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여성 응답자의 67.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남성도 39.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5.3%에 달했다. 전년 대비 3.4%P 늘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7.9%로 전년(10.1%) 대비 2.2%P 낮아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혼모나 미혼부, 이혼남녀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용도가 과거보다 올라갔다”며 “1인가구도 늘고,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주의자도 생기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유연해지고 (돌싱에 대한) 편견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결혼의 현실적인 측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기를 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에는 결혼을 인륜지대사의 하나로 보면서 축하할 일로만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결혼에 따른 손익을 따져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돌싱을 다룬 콘텐츠에서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한 팁을 찾거나 반면교사를 얻으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돌싱 관련 콘텐츠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혼 사유는 천차만별이다. 과거에는 ‘성격 차이’로 에둘러서 설명하는 게 많았다면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들은 육아, 고부관계, 경제 문제 등 구체적인 갈등 사례들을 설명한다.
박선혜 PD는 “돌싱글즈 연출진 대부분이 미혼인데 출연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혼에 대해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게 됐다. 시청자들도 겪어보지 못한, 혹은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르는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을 새롭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2000년대 후반 이혼녀나 돌싱녀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는데,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허구의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당사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라며 “실제 경험을 허구적인 상상력이 뛰어넘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진정성과 공감, 감동의 측면에서 대체불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