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떠나는 여환섭 “정치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 지켜줄 거란 환상 갖지 말라”

2022/09/07 20:47 5.1K
검찰 떠나는 여환섭 “정치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 지켜줄 거란 환상 갖지 말라”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여환섭(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이 7일 검찰을 떠나며 “정치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을 갖지 말라”고 밝혔다.
여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사건 처리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 원장은 “(검찰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현재 정치적 상황과 지난 경험에 비춰 보면 앞으로 닥칠 위기는 기존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고 조직의 존폐와 관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 정치권에서 논쟁이 된 사건을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각돼 더 심한 정쟁의 소재가 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며 “그 결과 검찰의 명성과 신뢰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곤 했다”고 했다.
이어 여 원장은 “우리는 더는 정치 쟁점화한 사건 속에 빠져들어 조직 전체가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여 원장은 이를 위해 무작위 추첨한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를 수사 전 단계에 소집해 수사의 착수 여부, 사건 관계인 소환 여부, 각종 영장 청구 여부와 기소·불기소 여부 등 모든 단계에서 동의를 구하고 조사 과정에 참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더는 권력이 검찰을 도구로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속셈도 통하지 않을 것이며,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빠지지 않고 권력투쟁의 재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인 여 원장은 대검찰청 중수2과장·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청주지검장, 대전고검장 등을 지내며 여러 특수 수사 사건을 이끌었다.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재직 당시 중수1과장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은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