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사건파일]⑰ “비상장 주식 상장하면 껑충 뛴다”… 카톡서 받은 정보 알고보니 ‘사기’

2022/10/27 06:00 2886
사기나 횡령, 배임 같은 경제범죄는 자본주의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보이스피싱이나 전세 사기 같은 범죄는 서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기도 한다. 정부와 검경이 경제범죄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수법 탓에 피해 건수와 액수는 매년 늘고 있다. 조선비즈는 경제범죄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추가 피해를 막고 범죄 예방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편집자주]
아내랑 친한 사람이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받아서 팔려고 해요. 이 주식이 곧 상장될 예정입니다.
지난 2020년 5월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 A씨는 B씨에게 비밀 이야기를 하듯 조심스레 속삭였다. A씨는 B씨에게 “아내의 친구가 파는 주식이 신규로 상장을 할 것”이라며 “상장하면 주식 값이 껑충 뛴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1주당 500원씩 계산해 30만주를 사주겠다고 제안했다. 일확천금의 기회라고 생각한 B씨는 A씨에게 2020년 6월부터 8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비상장 주식 구입금액으로 1억5000만원을 넘겼다.
그러나 A씨는 B씨에게 비상장 주식 거래를 도와줄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 애초에 그는 돈을 챙겨 자신의 빚을 갚고 생활비로 쓸 생각이었다. 아내의 친구가 비상장 주식을 보유할 예정이라는 말도 그가 꾸며낸 거짓이었다. A씨는 앞서 2016년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사기 전력도 있었다.
A씨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지난 2월 1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김인택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기죄 등으로 징역형의 실형을 비롯해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범행을 저지르고 적극적인 기망행위로 거액을 편취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비상장 주식을 빌미로 한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A씨처럼 지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단독범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비상장 주식 관련 사기 범행이 조직적인 규모로 커지고 있다. 한 일선 경찰서 수사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상장 주식 사기 사건이 늘었다”며 “최근에는 비상장 주식 사기 사건도 총책과 텔레마케터(TM)를 두고 가짜 서류를 만드는 등 조직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투자매매 업체를 가장해 비상장 주식 사기를 친 일당 15명이 서울 강북경찰서에 검거돼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만 190여명이고, 피해 금액은 36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표, 팀장, TM 등으로 역할을 나눠서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특정 회사가 3개월 이내에 상장될 예정인데, 지금 비상장 주식을 사면 상장 후 5배가량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설득했다.
일당은 무작위로 주식투자자들에게 전화와 문자를 돌려 투자를 권유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투자전문업체라고 속였고 가명이 새겨진 가짜명함과 대포폰을 활용해 사기를 저질렀다. 또한 실제 비상장 회사가 상장할 것처럼 기업자료(IR)와 뉴스 등도 허위로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서울 마포경찰서는 비슷한 수법으로 500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2만5000원에 팔아 투자자 700여명으로부터 200억원가량을 가로챈 일당을 지난달과 이번달에 걸쳐 검거했다. 마찬가지로 투자전문업체인 것처럼 조직을 꾸려 6명에게서 2억8000만원을 뜯어낸 일당 8명이 이달 광주 서부경찰서에 붙잡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주식 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과장된 수익 광고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투자금 대비 몇 배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투자 정보가 전화나 카카오톡 등으로 공유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비상장 주식 관련 투자를 소개하는 업체의 신뢰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를 소개하는 업체가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거나 명함에 적힌 사무실이 실제로 운영 중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비상장 주식 투자 과정이 의심스러우면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확인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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