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현금’ 고난도 대선자금 수사… 김용 진술에 달렸다

2022/10/25 19:04 4575
검찰이 ‘불법 대선 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의 측근들을 수사하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주로 현금이 활용되는 대선 자금 수사의 특성상 계좌 추적 등 통상적 방법으로 자금 흐름을 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팀은 기본적으로 돈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줄기’엔 변함이 없고 사건 관계자 진술과 신빙성을 강화하는 물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검찰이 얼마나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느냐가 이 사건 수사의 향방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5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선거 자금 수사는 자금을 조성하게 된 과정과 전달 방법 등을 추적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선거 자금 수사도 뇌물과 마찬가지로 돈의 흐름을 쫓아야 한다”며 “사건 관계자 진술과 신빙성을 강화하는 물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진술과 물증에 의해 돈이 흘러간 방향을 추적해야 하는 것이다. ‘돈을 건넸다’는 출처에서 시작해 동선의 흐름을 따라가되 출처에도 허점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주변인을 재차 확인해야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자금의 조성과 전달에 대해 충분한 인적 물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의 선거 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검찰은 돈을 건넸다는 진술에서 출발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사했다. 이 후보 캠프가 2002년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LG 그룹 측으로부터 경부고속도로 휴게소에서 63개의 박스에 담긴 현금 150억원을 트럭째로 이 후보의 측근 서정우 변호사에게 넘겨줬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
서 변호사는 검찰 수사 초반 “말할 수 없다”며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이후 불법 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서 변호사는 2004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이 확정됐다. 이 후보는 불법 대선 자금 모금과 사용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됐다.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을 이번 사건에 적용하면 돈을 건넸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돈을 받았다는 사람은 부인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대장동 일당의 진술이 일치하고 관련 물증을 확보한 만큼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정민용 변호사→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김 부원장 순으로 자금이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남 변호사의 측근이 정 변호사 측에 자금을 전달한 액수와 장소를 기록한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재판이 끝나고 “남욱이 유동규에게 현금을 주라고 해서 심부름을 했다”며 “(돈을) 만든 사람(남욱), 갖다 준 사람(정민용), 전달한 사람(유동규) 세 명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왜 (김 부원장이) 부인하느냐”고 했다.
유 전 본부장도 김 부원장이 자금이 필요하다며 20억원을 요청해 수억원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작년 10월 대장동 사건 관련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1년 만인 지난 20일 자정 구속 기한 만료로 풀려났다. 직전에 김 부원장이 체포돼 야당에선 회유 의혹이 불거졌다.
이처럼 자금 모금책과 전달책의 증언이 일치하는 상황이라 돈을 받은 사람으로 지목된 김 부원장의 입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는 지난 22일 구속 이후 이날까지 수차례 조사를 받으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 측 변호인은 전날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 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고 그들의 진술 외에 어떤 증거도 없다”며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있다”고 민주당을 통해 반박했다.
이 대표 측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김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면서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남욱씨나 정모씨, 유동규씨와 연결되는 일정한 자금 흐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김용한테 전달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이 대표와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로 지난 대선 때 지지 세력을 모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 부원장이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검찰 입장에선 총력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금 종착점을 찾지 못하면 ‘정치적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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