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대기업 유리한 호봉제 개편 필요”…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제언

2022/10/17 16:29 3538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가 17일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제(호봉제)가 남성과 대기업 정규직에 유리하다며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 있는 상연재에서 기자가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연구회는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7월 18일 출범했고, 3달 간 67개 기업 노·사 104명 전문가 15명 등을 만났다.
그 결과 임금체계와 관련해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연구회는 ▲과도한 연공성 완화 ▲공정한 보상·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노사정 역할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임금체계는 노사 간 자율적인 협상으로 결정되는 만큼 자율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연공형 임금체계가 장기고용을 전제로 연공을 쌓을 수 있는 노동자에게만 배타적으로 유리하며, 한국 노동시장에서 이는 주로 대기업 정규직 남성 노동자에게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은 장기고용을 보장받을 수 없고, 여성의 경우 출산과 육아 등 경력단절로 인한 연공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기여한 만큼 받는 것을 공정이라고 여기는 젊은 세대에게도 연공형 임금체계는 환영받지 못한다면서 “(연차가 낮을 땐) 생산성보다 적게 받고 나중에는 더 받는 이연임금 방식이 매력적일 수 있느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임금체계가 개편될 경우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이어가겠다면서 “가급적 현재의 기득권이 훼손되지 않는 방법을 고려하면서 제도 개편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다른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서는 상생 협력을 위한 행위자의 역할 변화, 4차산업혁명에 따른 노동법 체계 개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노동법의 현대화’라는 이름의 새로운 모델 개발과 기존 노동법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권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가 51일 동안 파업을 하면서 쟁점이 됐듯, 기존 임금체계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구조적으로 재생산한다면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연구회가 만난 노사 관계자와 노동 전문가가 대체적으로 취지에 공감했고,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다만 자기 계발과 육아, 업무량 변동 등에 따라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심층 인터뷰에서 한 인사담당자는 “기업 규모나 행태, 특성이 다양한데 근로시간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했고, 다른 노동자는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또는 분기 단위로 총량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노사 관계자와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면 특별연장근로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동자에 대한 건강보호조치의 실효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연근무제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실화하고 포괄임금 오남용을 방지해 초과근무수당을 과소하게 지급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권 교수는 “11시간 연속 휴식, 야간 노동시간 제한 등 제도 개편이 초래할 수 있는 건강권 위협에 대해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포괄임금과 관련해서는 노동시간 기록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논의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연장근로, 휴일근로, 야간근로에 대해 시간 기록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기록 방법과 수준, 대상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기본임금에 수당을 포함하는 등으로 매월 지급하는 방식의 제도다.
연구회는 집중 논의와 노·사 의견수렴 등을 통해 최대한 균형 잡힌 대안을 신속히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도 워크숍이나 전체회의, 간사단 회의 등을 통해 집중적이고 속도감 있는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대안이 구체화하면 노사단체 의견수렴 등을 위한 중앙 및 지방권역별 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논의가 종료되는 연말쯤에는 최종 결과물로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및 정책제언을 정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연구회 활동 기간은 다음 달 17일까지 한 달이 남았지만, 필요에 따라 두 달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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