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실전 배치 앞둔 ‘저위험 권총’ 쏴보니… 살상력 최소화하고 제압효과 ‘극대화’

2022/10/16 06:00 6089
경찰이 2016년 개발을 시작한 ‘저위험 권총(STRV9)’이 안전성 검사 등을 마치고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다. 저위험 권총은 경찰의 주력 총기인 ‘38구경 리볼버’보다 살상력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사람의 몸을 관통하지 않고 뼈도 부러지지 않을 정도여서 피의자를 제압하기 위한 총기 사용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저위험 권총 총 100정을 1억5000만원에 구매해 일선에 보급하고, 내년부터 시범운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0년 개발 완료된 저위험 권총은 약 2년 동안의 안전성 검사를 모두 통과했다.
실제 저위험 권총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기자가 지난 13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SNT모티브의 사격장을 찾아 저위험 권총을 쏴봤다. SNT모티브는 총포 등 방산품과 자동차 부품을 제조·도매하는 업체로 이번 저위험 권총 개발을 주도한 곳이다.
저위험 권총은 기존 권총보다 반동이 적었다. 격발 직후 총구가 들리거나 흔들리는 느낌이 없었다. 권총을 처음 사격하는 기자도 반동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반면 군대에서 사용되는 반자동 권총인 K5의 경우 두 손을 모두 파지했음에도 사격 때마다 총구가 표적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반동이 강했다. 저위험 권총은 무게가 515그램(g)으로 38구경 리볼버(680g)보다 약 30% 가볍다.
실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사격을 실시한 결과, 반동이 적어지고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정확도는 한층 더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저위험 권총 개발을 주도한 박수만 SNT모티브 특수개발팀 책임은 “(권총) 에너지가 절감되다 보니 반동을 분산시켜 정확도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특징은 38구경 리볼버 대비 살상력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38구경 리볼버와 K5의 위력은 360~380줄(J)이다. 사람 몸을 관통하기 때문에 주요 장기가 있는 곳에 맞으면 사망할 수 있다. 하반신을 표적으로 사격해도 대동맥에 손상을 줄 수 있을 정도여서 사망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없다.
반면 저위험 권총의 위력은 38구경 리볼버 대비 10분의 1 수준인 38J이다. 이 위력으로는 뼈를 부러뜨릴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총알이 사람 몸의 5~10㎝ 사이에 박힐 수 있도록 고안됐다. 전문가들은 성인 남성 기준 허벅지에 총을 맞을 경우 7.5㎝를 관통해 대동맥에 손상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고려대가 젤라틴 블록으로 안전성 검사 등 실험을 진행한 결과 저위험 권총의 관통 깊이는 5㎝로 나타났다. 38구경 리볼버(48㎝)와 9㎜ 보통탄(40㎝)과 비교했을 때 훨씬 얕다.
경찰 안팎에서는 저위험 권총이 보급될 경우 일선 경찰관들의 총기 사용에 부담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38구경 리볼버는 살상력이 높아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총을 쏜 경찰관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총기 사용을 꺼리게 되고 현장 대응력은 그만큼 저하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박 책임은 “총기 사용에 있어 경찰이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살상력은 최소화하고 제압효과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시작했다”며 “저살상 무기로서 현장 경찰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총과 ‘스마트 모듈’을 일체화한 것도 저위험 권총의 특징이다. 스마트 모듈에는 GPS 수신기 등이 장착돼 있어 언제, 어디에서, 어떤 각도로 총알 몇 발이 발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권총 블랙박스’로 총기사고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원인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위험 권총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저위험탄 외에도 9㎜ 보통탄도 함께 장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마약에 취해 있는 피의자의 경우 저위험탄을 맞아도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살상력이 높은 9㎜ 보통탄을 이용해 제압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밖에 안전모드를 통해 평상시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도록 한 점과 총열에 ‘피카티니 레일’을 만들어 레이저 포인트나 플래시를 장착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한 것도 38구경 리볼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경찰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시범운영을 통해 일선 경찰관들의 평가와 반응을 수렴해 추가적인 기능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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