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사건파일]⑭ “사이트 주소만 올렸는데”... 영화·드라마 다시보기 링크도 범죄 성립

2022/10/10 06:00 1962
사기나 횡령, 배임 같은 경제범죄는 자본주의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보이스피싱이나 전세 사기 같은 범죄는 서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기도 한다. 정부와 검경이 경제범죄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수법 탓에 피해 건수와 액수는 매년 늘고 있다. 조선비즈는 경제범죄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추가 피해를 막고 범죄 예방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편집자주]
A씨는 2012년 3월 이른바 ‘동영상 다시보기 링크사이트’를 개설했다. 다시보기 링크사이트란 불법으로 유통되는 영화·드라마·예능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모아 놓은 곳이다. A씨가 직접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은 아니지만, A씨가 올려놓은 주소를 클릭하면 불법 사이트에 접속해 저작권 침해 영상을 볼 수 있다.
A씨는 드라마, 예능·오락, 시사·교양, 영화, 회원영화관 등으로 카테고리를 구성했고 각 카테고리마다 영상 제목, 설명과 함께 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 링크를 게시했다. 2012년 3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A씨가 게시한 링크는 드라마 1만7987건, 예능·오락 4만6488건, 시사교양 5299건, 영화 674건 등 총 7만378건이었다. 전체 조회수는 3억1770만533건에 달했다. A씨는 링크사이트 배너 광고를 유치해 2015년 한해 동안 약 112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후원금을 받았다.
제법 쏠쏠한 수익이었지만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검찰이 A씨에게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것이다. A씨가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 침해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단순히 인터넷 링크를 설정한 것에 불과할 뿐이고, 저작권법 위반 행위에 대한 방조의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저작권 보호요청이 들어온 경우 해당 영상의 링크를 삭제했다”며 “링크된 동영상 대부분은 화질이 현저하게 나쁘거나 재생이 되지 않아 정상적인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합법적인 동영상과는 다른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A씨를 기소했던 2017년 당시 그의 주장은 유효했다. 당시 법원은 ‘링크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이나 방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0년 링크 행위가 저작권법상 복제·전송·공중송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링크는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며 “링크 행위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015년에도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를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직접 연결된다고 해도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 없다”며 “링크 행위만으로는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A씨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기소 4년 만인 작년 6월 29일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방조 행위는 범행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저작물을 직접 검색·접속·재생하는 노력 없이 저작물이 업로드된 공유 사이트에 손쉽게 접속해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전송권 침해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링크를 설정한 영상 대부분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것임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며 방조 행위의 고의성도 인정했다.
당시 학계에서는 링크 행위를 저작권법 위반 방조로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링크 행위까지 규제하면 너무 강한 제재가 될 수 있다는 입장과 링크 행위를 방치할 경우 저작권자에 대한 보호가 느슨해진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결국 대법원은 A씨의 판결 3개월 후인 작년 9월 전원합의체 심리를 통해 링크 행위도 저작권법 위반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며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링크 행위자가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벌금 500만원이 과도하다며 양형부당으로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올해 3월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이 나왔을 당시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기 전이었고, 링크 행위가 위법한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범행 당시에는 위와 같은 방식의 링크 사이트의 위법성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A씨가 초범인 점, 경제적 이득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삼았다.
비슷한 범행이 지금 다시 일어난다면 A씨처럼 비교적 적은 형량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법원이 링크만으로도 저적권법 위반 방조에 해당한다고 판례를 바꿨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박상오 변호사는 “단순히 링크 행위를 했다고 모두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영리의 목적을 갖고 지속적으로 저작권 침해물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저작권법 위반 방조 요건이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관련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