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가족 사건으로 주목받는 ‘친족상도례’… 법률상담 1년새 2배로 늘었다

2022/10/07 14:32 2529
방송인 박수홍(51)씨가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친형 박진홍씨와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박수홍씨의 아버지가 ‘내가 모든 재산을 관리하고 횡령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박수홍씨 측은 아버지의 주장에 대해 ‘친족상도례 적용을 노린 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친족상도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친족상도례는 박수홍씨 사건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미 법조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친족상도례 관련 문의가 2020년 256건, 2021년 255건에서 올해는 이달 초 기준으로 이미 440건을 기록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박수홍씨 사건이 알려지게 되면서 친족상도례 관련 상담 건수가 올해 남은 기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친족상도례는 8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발생한 절도·횡령·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특례다. 특히 형법 제328조에 따르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는 그 형이 면제된다. 박수홍의 경우 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박수홍의 형은 방계혈족에 해당하고 ‘동거 중인 친족이나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로 고소하면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박수홍씨의 아버지는 직계혈족이기 때문에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박수홍씨의 친형이자, 박수홍씨의 소속사 대표였던 박진홍씨는 박수홍씨의 30년간 출연료 및 계약금 약 1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수홍씨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형제간의 금전적 갈등을 인정한 바 있다. 박수홍씨 측은 지난해 4월 서울서부지검에 자신의 출연료를 횡령한 의혹으로 친형 박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8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후 추가 횡령 정황이 드러났다며 청구액을 116억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수홍씨의 아버지가 ‘내가 자산관리 및 횡령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수홍씨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는 “박수홍씨의 아버지가 자신은 친족상도례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본인이 재산을 모두 관리하고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오전 박수홍씨는 서울서부지검에서 친형 박진홍씨, 형수 이모씨 등과 대질 조사를 받던 중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에 나온 친부에게 폭행·폭언을 당해 실신하기도 했다.
실생활에서도 친족상도례를 적용받고 감형되거나 공소 범위에서 제외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5월 부산지법은 지적장애를 가진 조카의 상속 재산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작은아버지 부부에 대해 작은아버지에게는 징역 4개월을, 숙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들은 지적장애를 가진 조카가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자 동거를 제안한 뒤 조카의 상속재산을 이용해 자신의 아들들에게 집을 사주는 등 2억원 이상을 가로챘다. 그러나 이들은 조카의 ‘동거 친족’이라는 이유로 친족상도례를 적용받아 산정된 피해액이 1400만원에 그쳐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도 지난 5월 12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박정화)는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검사가 양형 부당의 이유로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자신의 부인과 공모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자신들이 소유한 건물을 철거해 공동으로 가압류한 피해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 B씨가 A씨와 친족관계라는 이유로 권리행사방해 부분에 관해서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해 형을 면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대구지법 서부지원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C씨는 공범 D씨와 함께 자신의 딸과 딸의 친구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거나, 피해자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게 한 다음 그 돈을 빌린 혐의를 바도 있다. 그러나 C씨는 자신의 딸에 대한 사기 범행에 있어서는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받아 공소 범위에서 제외됐다. 공범 D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박수홍씨 사건으로 친족상도례를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친족상도례 전면 폐지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친족상도례는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는다. 친족상도례는 대가족이 일반적이었던 50년대 전후에 가족 내에서 윤리 규정을 만들어 문제를 관리해오던 것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법인데, 현재는 부부간에도 재산을 개별로 취급하는 등 핵가족화가 진행된 상황이다”며 “친족상도례는 죄질이나 피해자의 특성 등은 고려치 않고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해 가해자를 옹호·면책하는 법이다. 이번 박수홍씨 사건으로 민법상의 공백지대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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