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계약서에 쓰인 ‘wilful’…대법 “미필적 고의도 포함”

2022/10/07 11:02 6815
영문으로 작성된 계약서의 ‘wilful’(고의적)은 ‘계획적 고의’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까지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전 대법관)는 A자산운용사가 B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사는 2007년 사모펀드를 설정해 총 1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이 돈을 우즈베키스탄의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에 대여했다가 사업이 중단돼 손실을 봤다. 이 일로 A사는 펀드 투자자들이 낸 소송에서 일부 패소해 12억8000여만원을 물어줬다. A사가 현지 시행사의 주식에 근질권만 설정하고 다른 담보를 확보하지 않은 책임,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됐다.
이후 A사는 배상책임 보험 계약을 맺은 B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하자 2017년 보험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조항에 쓰인 ‘wilful’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쟁점이 됐다. 영문으로 작성된 A사와 B사의 계약에는 ‘피보험자에 의한 의도적 사기행위 또는 의무해태 또는 고의적(wilful) 법령 위반으로 배상이 청구된 경우 손해를 배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1심과 2심은 ‘wilful’을 ‘계획적 고의’로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근거해 A사에 법령을 위반하려는 계획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 고의가 아닌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면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할 것을 알고도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면책 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가 오로지 계획적 고의에 한정된다고 전제하고 원고의 행위가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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