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대입 시즌에 판치는 ‘자소서 대필’… “법적 처벌 받을 수 있어”

2022/10/07 06:00 6156
“자기소개서 작성이 힘들면 첨삭 대신 대필을 받아보는 건 어떠신가요?”
지난달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50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기업 채용 관련 자소서 대필을 맡겼다. 하지만 접수 마감일이 촉박해 추가 비용까지 내고 ‘긴급작성’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조악한 수준의 자소서가 돌아왔다. 그는 “오타도 다수 발견됐고, 글자 수 채우기에 급급했다. 대학 전공과목을 요약한 부분은 아예 복사해서 붙여놓은 수준이었다”며 “심지어 질문과 답변이 일치하지 않는 문항도 있어 환불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닫혔던 취업 문이 다시 열리자 취업준비생들이 1차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자소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일부 자소서 첨삭 업체들은 ‘합격을 위해 대필을 하라’며 취업준비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문제는 대필해 주는 행위가 불법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에도 환불을 받기가 쉽지 않다.
일부 업체들은 ‘컨설팅’이라는 이름을 걸고 첨삭 전문 업체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담을 신청하면 대필 서비스를 소개해주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개인이 블로그나 유튜브 등을 통해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합격 사례들을 언급하며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필의 범위는 대기업·공기업·입시·논문·영어자소서·공모전 등 다양하다.
실제 홈페이지에 첨삭 비용만 명시돼 있는 자소서 대필 업체에 문의를 해봤다. 상담자는 “아직 자소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는데, 언제까지 내용을 보내주면 되냐”는 문의에 “급하면 첨삭 대신 대필을 받는 것이 어떻겠느냐. 첨삭과 대필은 비용이 같기에 자소서에 자신이 없다면 대필을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답했다. 2000자 이상의 금액은 10만원 이상이었으며, 하루 이내로 자소서를 작성해주는 ‘긴급작성’은 20만~30만원의 추가비용이 붙었다.
자소서 대필 단가는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5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일부 업체는 대필을 해준 뒤 의뢰자가 추가하고 싶어하는 내용이 있으면 추가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일부 자소서 대필업체나 업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취준생들의 수요가 늘자 단가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대필업체에 10만원을 주고 은행권 자소서를 맡겼던 취업준비생 최모(25)씨는 “올해 다시 문의했을 때 같은 조건이었는데 15만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대필 서비스를 찾고 있다. 2023년 대입에서 서울권의 수시 비율이 61%에 달하고, 지방 소재 대학의 수시 비율은 86%를 넘기 때문에 자소서의 중요도가 높다. 일부 수능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자소서 대필 사이트 추천 부탁드린다’는 글이 다수 발견됐으며, ‘글을 써본 적이 없어 대필 받았더니 합격했다’는 내용의 합격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2019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허위로 작성하거나 대필을 맡긴 자소서가 적발되면 합격 취소를 의무화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합격자들의 자소서가 대필인지 아닌지 분간이 힘들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대필로 입사나 입학이 취소된 사례는 찾기가 어렵지만, 대필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는 “공기업이나 국공립대학과 관련된 자소서 대필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사립대나 사기업의 자소서 대필은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대필의 경우 적발이 어렵지만, 제3자가 대필 사실을 인지하고 고발할 경우 적발될 가능성이 있기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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