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北 IRBM 논의, 이사국들과 중·러 간 입장 차에 결론 없이 종료

2022/10/06 09:01 5445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일(현지 시각) 소집됐지만 결론 없이 산회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사국들이 미사일 도발에 대해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며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행동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상호 간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날 회의는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해 올해 들어 네 번째 공개회의 형식으로 열렸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의 대응이 한반도 상황 완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개회의에 반대했으나, 이사국 간 협의를 통해 공개 논의로 결정되면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는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혔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북한은 두 이사국의 따뜻한 보호를 즐기고 있다”며 “그 두 이사국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을 정당화하고 제재를 업데이트하려는 모든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9일간 8발의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한마디로 안보리의 두 상임이사국이 김정은의 행동을 가능하게 한 셈”이라고도 했다. 그는 “안보리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응하기 위한 결의안 추진 필요성을 제기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대사도 “안보리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것이 북한을 대담하게 만든 것”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뒤 “모든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준수해야 한다”며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했다.
이해당사국으로 안보리에 초청받은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의 침묵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로 답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을 비판하며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안보리의 존재 이유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책임”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보리가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안보리 이사국이라면 안보리 제재를 더 잘 지켜야 한다”고 했는데, 해당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대북 제재 관련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규칙을 가장 빈번하게 위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는 최근 일본 상공을 지나간 일본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가리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침묵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맞서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북한의 최근 발사를 주목하는 동시에 그 지역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연합군사훈련도 주목한다”면서 “북한의 발사 행위는 그러한 군사훈련 전 또는 후에 일어난 것으로 긴장 고조와 계산 착오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겅 부대사는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연합을 강화하고 핵에 관한 군사적 경쟁 위험을 높이고 있다”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미국이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미국과 그 동맹들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재개했다”면서 한미일 지도자들이 “핵을 포함한 미국의 억지 수단을 한반도와 그 지역에 배치하는 것에 관해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근시안적이고 대립을 추구하는 군사활동의 결과”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동북아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분명해졌다”면서 “대북 추가제재 도입은 막다른 길로 향할 뿐”이라고 했다.
안보리는 각국 대표들의 공개 발언 후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해 북한 미사일 문제를 추가 논의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미국을 비롯한 이사국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 채택을 추진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좌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리 서방 이사국과 한국, 일본은 회의를 마친 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장외 성명을 내놨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대표로 낭독한 성명에서 이들 국가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복수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지역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에 위협을 가한다”면서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9월 25일 이후 7발의 다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성명은 “미국을 포함해 여기 합류한 나라들은 외교에 계속 전념하면서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국제 비확산 체제를 흔들고 국제사회 위협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 특히 안보리 이사국들에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규탄하고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데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아울러 성명은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할 것도 촉구했다. 장외 공동성명에는 한미일 외에 알바니아, 브라질, 프랑스, 인도,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영국 등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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