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드론으로 인질 찾고, 기관단총으로 테러범 소탕… 경찰 대테러 훈련 현장 가보니

2022/10/03 06:00 4575
“5층 건물에 인질 4명이 테러범한테 붙잡혀 있습니다.”
경찰특공대의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전달됐다. 인질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특공대가 투입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경찰특공대는 드론 한 대를 띄웠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 떠오른 드론이 벌처럼 건물 안을 자유롭게 비행하며 내부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건물 내 상황을 파악한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했고 테러범을 제합하고 인질들을 구출해 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경찰특공대 야외훈련장에서 경찰은 ‘대테러 관계기관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경찰 뿐만 아니라 수도방위사령부, 서울시소방재난본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서초구보건소 등 관계기관들이 함께 한 대규모 훈련이었다. 경찰 헬기와 화생방 제독차량 등 장비 21대도 동원됐다.
대테러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인기 TV프로그램인 ‘강철부대’를 눈 앞에서 보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날 훈련은 ▲드론 이용 폭발물 테러 ▲드론 이용 화생방 테러 ▲건물 내 인질 테러 진압 검거 등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테러 상황이 영화처럼 긴박했다면 테러에 대응하는 요원들은 제련된 정예병 같았다. 불꽃이 튀고 굉음이 귀를 찢는 테러 상황 속에서 요원들은 침착하고도 날렵했다. 흙먼지를 휘날리며 훈련장에 등장한 두 대의 승합차에서 내린 테러범들이 드론으로 건물에 폭탄을 터뜨리며 훈련의 신호탄을 쐈다. 이들은 자신이 타고 온 차량에도 폭발물을 설치하고 도주했다.
건물 폭발 직후 도착한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치고 현장을 통제해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 쑥대밭이 된 건물에 진입해 현장의 사상자들을 구출하는 건 소방의 몫이었다. 사상자들이 바깥으로 나오자 소방은 곧바로 화재진압 장비를 동원해 화마를 잡았다.
로봇을 테러 상황에 투입한 경찰의 신기술 활용도 눈에 띄었다. 테러범들의 차량에 폭탄이 설치된 상황. 도심 지역이 폭발에 휩싸일지 모른다는 아찔한 순간에 경찰은 자체 개발한 폭발물 처리 로봇 이구아나를 투입했다. 타란툴라의 외관을 닮은 검정색 사륜 로봇은 폭발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제거했다.
인질 테러 상황에서도 대테러요원들의 훈련된 움직임과 신기술 활용이 돋보였다. 인질범들과 실내 근접 전투를 가정한 훈련에선 군경의 전투력이 돋보였다. MP5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는 벽과 문으로 짧은 시야만 확보된 장소에서 일순간에 적들을 소탕했다.
훈련 현장을 방문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현대적 테러는 한 기관의 노력만으론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오늘 훈련은 테러 대응이 지향해야 할 점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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