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韓 국민연금 지속 위해 노동개혁 권고… “호봉제→직무급제로 바꿔 이른 퇴직 막아야”

2022/09/24 06:00 183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저출산·고령화로 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재정적인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개혁’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에만 있는 출산과 관련한 불합리한 제도를 없애라고 했다.
OECD는 지난 19일 발간한 ‘한국 경제 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와 20일 펴낸 ‘한국 연금제도 검토보고서(OECD Reviews of Pension System:Korea)’에서 국민연금에 대해 보험료율 인상이나 의무가입연령 상향 등 연금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 외에 폭넓게 한국 정부에 조언했다. 보건복지부는 OECD의 권고 사항을 참고해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50세 명예퇴직’ 문제로 지적… 능력 따라 임금 주면 ‘더 오래 근무’ 전망
먼저 노동개혁이다. OECD는 “많은 근로자가 명예퇴직으로 50세 즈음에 주된 일자리를 떠난다”며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대체 일자리에서 많은 경우 연금 납부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을 납부하던 회사원이 직장에서 밀려나 국민연금을 더 적게 내거나, 내지 못하는 직업을 찾게 되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통계도 인용했다. OECD는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55세부터 64세 근로자 약 3분의 2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하기 전 주된 일자리를 떠났다”며 “퇴직 당시 퇴직자들의 연령은 평균 49.3세였고, 평균 근속기간은 불과 12.8년이었으며, 41%는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떠났다”고 했다.
원인은 일반적으로 ‘호봉제’로 불리는 연공급제에서 찾았다. OECD는 “근로자와 노조는 연공급제를 지지한다”면서도 “임금과 생산성 간 격차를 발생시키고, 조기퇴직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고 했다.
OECD는 “교육수준과 숙련도에 있어서 세대간 격차가 큰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더 능력이 뛰어난 젊은 세대를 채용하기 위해, 능력은 뒤쳐지면서도 호봉제로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중년층 근로자들을 50세 즈음에 퇴직시킨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50대 근로자의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날 때 급여가 15.1%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5.9%이고, 일본은 11% 수준에 그친다. 이런 점을 근거로 OECD는 “고용주가 고령 근로자에게 상당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면서 고령 근로자에게 자발적 퇴사를 권유(명예퇴직)하는 방식으로 근로자를 조기 퇴직시키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성과, 직무내용, 능력요건에 기초한 유연한 임금체계를 제시했다. OECD는 “연공보다 능력, 역량, 수행하는 직무에 대한 수요에 기반한 임금 결정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모든 경제 주체에게 도움이 된다”며 “고령 근로자가 실제 퇴직할 때까지 주된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방식이 다른 OECD 국가의 임금 체계와 비슷하다고도 했다.
LG이노텍이 2016년 노조와 2년 이상에 걸친 협상으로 한국 10대 대기업 중 최초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는 점을 보고서에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 삼성 등 다른 대기업도 노조와 협상 중이지만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한국, 첫째 자녀에 ‘출산 크레딧’ 안 주는 유일한 OECD 국가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가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여성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OECD는 “한국은 첫째 자녀 출산으로 발생한 경력 공백 기간에 대해 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지 않는 유일한 OECD 회원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저출산 해결을 위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연금의 ‘출산 크레딧’ 제도는 둘째 자녀 이상부터 일정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추가로 인정하고 있다. 둘째를 낳은 경우 12개월, 셋째 이상부터는 18개월씩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3명이면 30개월, 4명이면 48개월을 가입 기간으로 추가 인정한다. 그만큼 은퇴 후 국민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다만 자녀가 5명 이상인 경우 ‘50개월’을 한도로 정해놓았다.
OECD에 따르면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자녀 1명당 최소 2년의 추가 가입기간을 인정해준다. 독일은 3년, 스웨덴은 4년이다. OECD는 “첫째 자녀를 포함해 자녀 1명당 최소 18개월의 추가 가입기간을 인정해주고, 최장 50개월 한도를 폐지하는 것은 출산으로 경력 단절을 겪은 근로자들이 노후에 빈곤에 빠질 위험을 줄여준다. 출산율 제고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자녀 1명당 출산 크레딧으로는 ‘최소 2년’을 제시했다. 현재 국민연금 제도보다 대폭 상향하라는 권고다. OECD는 “공식 추정치에 따르면 출산 크레딧으로 가입기간 1년이 추가될 경우 연금 수급액이 월 2만6000원 증가한다”며 “자녀 1명당 최소 2년의 가입기간을 인정해야 여성이 출산으로 연금 수급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모든 65세 이상에게 40만원’ 추진… OECD 해법은 정반대
기초연금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자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대선 당시 같은 공약을 내놓았었는데, 당 대표가 된 뒤 민주당은 ‘65세 이상 전 국민’에게 ‘월 40만원’을 지급하는 법안을 발의·추진하고 있다.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연금을 한 달에 40만원씩 드리는 것은 꼭 하고 싶다”며 법안 처리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OECD는 이 같은 민주당의 방침과 정 반대 내용의 권고를 했다. 기초연금 금액은 현재보다 대폭 올리되, 지급 대상은 확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OECD는 “단기적으로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기초연금에 대해 “소득 기준이 높아 고령 인구의 약 70%가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 동시에 급여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총 평균 소득의 8%”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을 이행해 40만원으로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OECD는 “저소득 고령층의 연금액을 2배로 인상하면 노인 빈곤율은 11%포인트 감소한 33%가 되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OECD는 “보다 선별적인 지원 대상 선정이 납세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으면서 저소득 고령층에게 더 높은 기초연금액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라며 “소득 지원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높은 기초연금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한국보다 낮은 나라 멕시코·리투아니아 뿐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기여율)은 소득의 9%다. 이를 최소 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OECD는 권고했다. OECD는 “국민연금 기여율 9%는 OECD 평균의 절반이며, 회원국 중 가장 낮은 편”이라며 “목표 소득대체율 4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현행보다 기여율이 배 이상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OECD는 “회원국 중 리투아니아와 멕시코만 한국보다 기여율이 낮지만, 멕시코는 2030년까지 15%로 높이기로 했다”며 “일본은 18%, 프랑스는 28%, 이탈리아는 33%”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재원 중 일부를 세금으로 조달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OECD는 “일본은 빠르게 증가하는 연금 지출 등 고령화 관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소비세를 2012년부터 2019년까지 5%포인트(5%→10%) 인상했다”며 “부가세율이 10%로 OECD 평균(19.2%)보다 훨씬 낮은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연령은 62세다. 당초 60세였으나,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2013년부터 5년마다 1년씩 연장하고 있다. 2034년이 되어서야 연급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늦춰진다. OECD는 이 시기를 앞당기라고 권고했다. 또 현재 60세가 넘으면 소득이 있어도 국민연금을 내지 않는데, 이 또한 65세로 상향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OECD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납부한 연령과 받기 시작하는 연령에 차이가 있는 것은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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