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55억’ 명동 LOVE 작품 훼손, 낙서한 사람은

서울 명동에 설치된 미국 유명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표작 ‘LOVE’가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남겨진 ‘ZOMBRA’라는 글씨로 보아 전 세계를 무대로 몰래 그라피티를 남기는 외국인 남성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26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셜그룹 본사 앞에 설치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표적 조각 연작인 ‘LOVE’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가 칠해졌다. 작품 인근에 설치된 CCTV에는 지난 21일 오전 2시쯤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검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해당 작품에 낙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작품은 대신증권이 명동에 신사옥을 건축하면서 매입한 것으로, 2016년 12월 설치됐다. 대신증권 측이 로버트 인디애나 재단에 직접 연락해 구입했으며 서울의 공개 장소에 ‘LOVE’가 영구 설치된 첫 사례였다. ‘LOVE’는 뉴욕 맨해튼과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LOVE’ 작품들 중 역대 최고 경매가는 411만4500달러(약 54억7000만원)다. 대신증권이 매입을 추진할 당시에는 그 가치가 더 올라 500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대신증권은 명동이란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며 공감을 얻은 덕에 이보다는 조금 낮은 가격에 ‘LOVE’ 작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 측은 낙서 흔적을 발견하고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신고했다. 이 작품에는 ‘ZOMBRA’라는 글씨가 남겨져 있었다. 정체가 알려지지 않아 ‘ZOMBRA’로 불리는 남성은 곳곳에 그라피티를 남긴 후 이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일본에 그라피티를 남긴 사진을 SNS에 올렸다. 그러다 21일부터는 한국 곳곳에 ‘ZOMBRA’ 글자를 남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이 남성이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훼손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1월 멕시코시티에 공공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의 유명 만화가 사라 앤더슨이 그린 벽화가 그려졌다. 그러나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그라피티로 훼손됐는데, 멕시코 언론은 그것이 ‘ZOMBRA’의 소행이라고 추측했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해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증권은 작품을 복원하려면 로버트 인디애나 재단으로 보내야 해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사유재산에 행해지는 모든 기물 파손 행위는 불법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낙서 행태가 실수로 보기 어려워 조사 후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