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학생 교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착수... 정상회담 후속

한일 양국이 25일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 준비에 착수했다. 1980년대 이후 유럽의 갈등 해소에 기여했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한일 에라스무스 프로그램’(가칭)이라는 이름으로, 양국 참여대학 간 학부생 학기 교류부터 인턴십을 통한 기업 탐색까지 다양한 교류 사업이 추진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교육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이 해당 프로그램 추진에 착수했고, 일본 측과도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일 양측은 조만간 공식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게이단렌)은 ‘미래청년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7일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과 아울러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청년을 중심으로 한 미래세대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권에 따르면 한일 양측은 7월까지 ‘한일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사업 관리기구를 설립해, 참여 희망대학을 모집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학생 교류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일 참여대학은 교류 가능한 전공 및 강의 목록을 공유해 학점이 인정되는 학기 단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학기간을 이용한 단기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또한 학생들이 양국 산업 현황을 파악하고 취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 탐색 프로그램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전경련, 대교협 등은 조만간 ‘한일 에라스무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추진계획과 재원조달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권 관계자는 “단기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면 중장기적으로 양국 대학의 공동교육과정 개발, 공동·복수학위 과정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 고등교육 교류 규모는 2013년 이후 감소세였다. 국내 일본 유학생은 2013년 4344명에서 2021년 3818명으로 줄었고, 일본 내 한국 유학생도 같은 기간 1만8919명에서 1만5785명으로 감소했다. 경색된 한일 관계와 코로나 등 여파로 분석된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르네상스 시대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1987년 유럽에서 이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프랑스, 독일 등 갈등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그램 시행 초기에는 유럽연합 대학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유지됐다가 2014~2020년 약 147억유로의 기금으로 교육, 훈련, 청소년, 스포츠 분야로 교류·협력 분야가 확대됐다. 2021~2027년에는 약 262억유로 지원금이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