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혼자 젖병 빨게한 조리원...“위험하다” 항의한 산모에 “나가라”

부산 연제구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에게 혼자 젖병을 물리게 하는 ‘셀프 수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셀프 수유는 분유가 신생아의 기도로 흘러 들어가게 해 질식을 유발할 수 있고, 자칫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행위다. 때문에 모자보건법은 산후조리원에서의 셀프 수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 조리원에서는 산모들에게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제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에 산모들이 항의하자, 조리원 측은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산모들에게 “원장 및 모든 직원들이 다 퇴사했으니 나가라”고 일방 통보했다고 한다. 다만 이 조리원은 현재 폐원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해당 조리원에서 아이를 맡긴 30대 아빠라고 소개한 A씨는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2월, A씨 아내를 비롯한 여러 산모는 이 조리원에서 ‘셀프 수유’ 장면을 목격했다. 이에 CCTV 열람을 요청했지만, 조리원 측은 “셀프 수유는 절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구 보건소가 같은 해 3월 15일 1분기 정기 지도·점검에 나선 결과, 해당 조리원에서는 실제로 셀프 수유가 이뤄졌었다. 지난해 2월 25일 7시쯤, 영유아 혼자 젖병을 문 채 수유받고 있는 CCTV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보건소는 조리원 측에 200만원 과태료 부과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
다만 피해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CCTV 해상도가 낮아, 셀프 수유를 받고 있는 신생아가 누군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이날 조선닷컴에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화질이 낮아 피해자를 규명할 수 없었다”며 “때문에 시정명령 및 과태료 처분만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보건소 셀프 수유 확인 결과를 토대로, 조리원을 상대로 아동학대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 아들에게 셀프 수유를 한 직원이 자수해 구청에서 아동학대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A씨 아들 말고도 셀프 수유를 받은 신생아가 더 있었다는 점이다. A씨에 따르면 비슷한 기간 내부 CCTV 영상에서 8건의 추가 셀프수유가 확인됐다. 셀프 수유에 가담한 직원은 총 3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청의 ‘혐의없음’ 판단이 내려졌다. 이들 직원도 “신생아들의 정해진 위치를 바꿔 어떤 신생아가 피해자인지 모르겠다”는 진술만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증거와 가해자가 있지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혐의없음’으로 판단 되는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구청 관계자는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해당 조리원과 관련해 다른 피해자들과도 연관되어 있어 정확한 이유와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다만 구청에서는 보건복지부 법률 자문 등을 토대로 혐의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는 법적인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동학대 메뉴얼에 따른 1차 조사에 대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청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더라도 경찰 조사에서 추가 증거가 나오면 혐의가 소명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조리원은 산모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단백질 음료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식품위생법에 따라 과태료 3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유통기한이 2022년 2월 9일까지인 음료를 다음달 6일까지 제공한 것이다. 당시 산모들은 잦은 설사 등의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리원은 현재 폐원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경찰에서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조리원은 현재 폐원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조리원 측의 추가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가입자 사정으로 통화할 수 없다”는 안내 멘트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