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친묘 흑주술이라더니… 문중의 ‘氣 보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저주하기 위한 “흑주술”이라고 주장했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은 일부 문중 인사가 이 대표를 돕는다는 취지로 기(氣)를 보충하는 뜻에서 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지난달 “일종의 흑주술로 저승에 계신 부모님 능욕”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던 것이다.
전남 강진군에서 고려청자를 연구하고 있는 무형문화재 이모(85) 장인(匠人)은 6일 통화에서 “이 대표와 같은 경주 이씨 종친들의 요청으로, 경북 봉화군의 이 대표 부모 묘소를 찾아 기 보충 작업을 했다”며 “이런 소동이 빚어져 너무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6·1 지방선거 사흘 전인 5월 29일 이 대표 부모 봉분 주변에 ‘생명기(生明氣)’라고 쓴 돌 5∼6개를 묻었다”고 했다. 이 돌은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로 이씨가 강진에서 구했다고 한다. 이씨는 검은 페인트로 직접 ‘날 생(生)’ ‘밝을 명(明)’ ‘기운 기(氣)’ 한자를 적은 뒤 봉분 가장자리에 묻었다고 했다.
이씨는 “‘생명기’라는 단어 덕에 좋은 일을 경험한 종친들이 이 대표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게 부탁했고, 나도 좋은 뜻에서 하는 일에 흔쾌히 동참했을 뿐”이라며 “일부 사람은 내가 돌에 ‘죽일 살(殺)’이란 글자를 썼다고 오해하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경북경찰청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분묘 발굴죄’ 등을 적용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부모 묘소 주변에 묻힌 돌 사진을 공개하며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 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문중 인사가 자신을 도우려는 취지로 벌인 일이라는 것이 드러나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다만 악의 없이 벌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수사 당국의 선처를 요청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했고, 김웅 의원도 “기 보충을 흑주술로 둔갑시키는 위대한 ‘령’도자 동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