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 “강남 납치·살인 마취제, 연예인들도 손댄 신종 마약”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이른바 강남 납치‧살인사건의 핵심으로 ‘약물’을 꼽았다.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서 마취제 성분의 액체가 발견됐는데, 이 교수는 약물 불법 유통과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납치범들은 피해자 여성에게서 돈을 뺏고, 죽이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장비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나왔고, 대청호에 미리 답사를 다녀온 정황도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상식적으로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을 의논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부분 사망의 결말을 예견한 것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편으로 이 사건과 연관된 핵심은 바로 약물”이라며 “마취제로 알려진 약물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주사기가 여러 개 발견됐고, 납치범들의 진술은 피해 여성에게 마취제를 주사했다는 것”이라며 “아마 약물 과용으로 호흡 정지가 와서 질식한 것처럼 보이는 시신으로 발견 된 것 아닌가 싶다”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이 마취제가 지금 강남권에서 유통되는 신종 마약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쓰는 마취제지만, 유흥가 등지에서는 마약처럼 불법 유통되어 최근 연예인들이 검거된 사건에서 사용된 약물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게 단순히 코인 사업을 하는데 가담한 불법적인 이익을 노린 집단의 일인지, 아니면 약물까지 등장했으니 그들 중 누군가 약물 유통에도 관계가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며 “피의자 이모(35)씨가 검거된 곳도 성형외과”라고 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 의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에서 발견된 혈흔이 있는 주사기와 마취제 성분의 액체가 이 병원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했다.
이 병원은 납치‧살해를 제안하고 계획한 주범 이씨의 아내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씨는 범행 사흘째인 지난달 31일 오후 이 병원이 있는 건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범행과 관련된 물증과 자료가 있는지 파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