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시세조작 후 먹튀? 강남 살인 엮인 ‘P코인’ 2년반 살펴보니

서울 강남구 역삼동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모(35)씨가 피해자 A씨와 ‘P코인’으로 엮인 것이 드러나자, 비극의 단초가 된 P코인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P코인은 공기 청정기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공기 청정 실적에 따른 보상을 가상자산으로 받는 형태로 운영됐다. 현재도 한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020년 9월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가상화폐 증정 이벤트를 시작한 뒤, 같은 해 11월 13일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에 상장했다. 상장 후인 2020년 12월 가격이 급상승했는데, 12월 14일 1200원 선이던 가격이 21일 1만354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1개월가량 지난 2021년 2월 1일 P코인의 평균 거래가는 1600원대를 기록했다. 가격이 급등했던 2020년 12월에 이씨가 P코인에 투자했다면 90%가량을 손해 본 셈이다. 경찰과 이씨 변호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21년 A씨가 일했던 코인 회사에서 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구입했다가 8000만원을 잃었다고 한다.
급등하는 해당 코인 시세 때문에 피해를 본 투자자들도 많다. 3일 오후 P코인 관련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주범과 A씨가 P코인 투자로 얽혔다는 소식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의 투자자들은 서로 “P코인 관계자 아니냐” “이제와서 의미 없다”는 말을 하거나, “아직 살아있다” “피해자도 아닌데 들어와서 분위기 흐리지 말라”며 반박하는 이들도 있었다.
코인 전문가들은 이 P코인이 일명 ‘설거지’로 불리는 시세 조작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설거지는 가격이 싼 코인을 대량 구매해 가격을 부풀리며 소액 투자자들이 투자하도록 유도한 뒤, 모아둔 코인을 비싼 가격으로 한 번에 팔아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가격이 오를 때 코인을 산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을 위험성이 크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2020년 12월에도 업계 안팎에서 P코인의 가격 급등을 두고 시세 조작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었다”며 “1만원까지 기록했던 코인 1개당 가격이 7~8원선인데 상장 폐지 않는 거래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P코인 측은 3일 공식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P코인은 사건 관련자들과 관계가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