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시술 후유증…대법 “보호자에 설명 했다면 의료진 책임 없어”

의료진이 시술 전 미성년 환자의 부모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면, 후유증이 발생해도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19)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A씨는 열두살이던 2016년 뇌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았고, 한 병원에서 뇌혈관 조영술을 받았다. 이후 급성 뇌경색이 발생했고, A씨는 신체 오른쪽이 마비되고 언어기능이 떨어지는 후유증에 시달리게 됐다. A씨와 어머니는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시술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병원을 상대로 2억5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의료진에게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의료진이 A씨 어머니에게만 시술 위험성을 설명했을 뿐 A씨에게는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의료 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는 게 일반적”이라며 “의사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 행위를 설명했다면, 친권자 등을 통해 미성년자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미성년자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A씨 어머니는 시술 동의서에 환자 대리인 또는 보호자로 서명했다고 인정했다”며 “A씨는 어머니로부터 의료진의 설명 내용을 전해 듣고 조영술 시행을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고, 사정이 이렇다면 의료진이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만, “의사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했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의료 행위 결정과 시행에 본인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하거나 환자가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일 수 있다”며 “이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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