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뇌전증인척 연기해 진단서 받자... 브로커 “굿, 군대 면제다”

빅스의 메인 래퍼 라비./뉴스1
빅스의 메인 래퍼 라비./뉴스1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뇌전증을 연기한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가 자신을 정상으로 판정한 의사에게 항의해 뇌전증 약을 탔고, 지속적인 거짓말과 연기로 허위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도운 병역브로커 구모씨는 라비 측에 “굿, 군대 면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3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학업과 천식 등을 이유로 군 입대를 연기하던 라비는 2021년 2월 구씨와 병역 면탈을 모의했다. 구씨는 라비 측에 허위 뇌전증 증상을 이용한 병역 면탈 방안을 제안하며 “군문제 100퍼(%) 해결해 드리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라비 측은 다음 달인 3월 구씨와 5000만원의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병역 면탈 계약을 맺고 구체적인 뇌전증 위장 방법이 정리된 시나리오를 전달받았다.

라비는 구씨의 지시에 따라 뇌전증 약을 처방받기 위해 의식소실 및 발작 증상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119 응급센터에 “핑 도는 느낌 후 의식소실이 발생한다”고 허위로 신고해 강남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뒤 신경과 외래진료를 예약했다. 하지만 담당 신경과 A교수는 라비의 뇌파 및 MRI 검사를 진행한 뒤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고, 라비 측은 당황하며 진료실을 나섰다고 한다.

이에 구씨는 “(뇌전증으로) 멘탈 나가고 음악생활이 끝이라고, 약 처방해달라고 해. 무조건”이라고 주문했다. 라비 측은 진료실로 들어가 재차 항의하며 요구했고 A교수로부터 뇌전증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라비는 이를 복용하지 않았다.

이후 수개월 동안 거짓 증상을 호소하며 약을 탄 라비는 같은 해 6월 결국 뇌전증 관련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이를 들은 구씨는 “굿, 군대 면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라비는 가짜 진단서를 바탕으로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라비는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할 목적으로 속임수를 썼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래퍼 나플라./뉴스1
래퍼 나플라./뉴스1

같은 소속사 래퍼인 나플라(31·본명 최석배)도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피하거나 줄이기 위해 정신질환을 가장하고 출근 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된 나플라 측은 2021년 2월 구씨에게 복무가 중단되면 1000만원을 주기로 약정했다. 구씨는 우울증, 자살 충동 등을 가장해 복무를 중단시키고 소집해제를 받는 방식을 안내했다.

이후 나플라는 구씨가 알려준 대로 정신질환이 극심한 것으로 거짓 행세했다고 한다. 나플라는 담당 공무원과의 면담에서 “마약 사건으로 정신질환 상태가 안 좋아졌다” “엄마가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취지로 말하며 상태가 악화된 것처럼 꾸며냈다고 한다. 나플라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았지만 실제로는 먹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나플라의 병역 면탈에 서울지방병무청 담당자와 서초구청 공무원들이 공모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들은 나플라의 출퇴근 관리표인 ‘일일 복무 상황부’를 조작해 정신질환으로 지각‧조퇴 등을 반복하는 것처럼 꾸몄다. 해당 공무원들은 나플라의 병역 면탈을 돕기 위해 소집해제 신청서 등에 정신질환 증상이 심각하다는 허위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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