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고 있는 옷이 내가 가진 전부” 홍성 산불 피해 주민들 망연자실

3일 오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에서 산불로 집을 잃은 주민이 잿더미로 변한 집을 바라보며 허탈해 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1시쯤 홍성군 서부면 중리에서 난 산불로 민가 30여 동과 축사, 창고, 비닐하우스 등 시설 60여 동이 불에 탔다. /신현종 기자
3일 오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에서 산불로 집을 잃은 주민이 잿더미로 변한 집을 바라보며 허탈해 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1시쯤 홍성군 서부면 중리에서 난 산불로 민가 30여 동과 축사, 창고, 비닐하우스 등 시설 60여 동이 불에 탔다. /신현종 기자

지난 2일 오전 11시 3분쯤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소방 당국은 진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불을 다 끄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홍성군 서부면 중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전날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1m에 달하는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양곡리, 신리, 어사리 등으로 급속히 번졌다. 불길은 산 아래 민가까지 순식간에 덮쳤다. 3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민가 32채와 창고·비닐하우스 등 총 67동이 불에 탔다.

3일 오전 어사리 야산 아래 민가에 다가서자 불에 탄 창고와 검게 탄 트랙터가 보였다. 재로 뒤덮인 집 주변에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집 주인 전용철(77)씨는 “불길이 집으로 번져 노모(97)를 모시고 황급히 빠져나왔다”고 했다. 불길이 휩쓸고 간 2층 집은 쑥대밭이 됐다. 냉장고와 생활 용품 등을 보관하던 1층은 모두 탔고, 2층 외벽은 검게 그을렸다. 2층 유리창도 모두 깨졌다. 축사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소 20여마리는 목숨을 건졌지만 3마리는 화상으로 피부가 벗겨졌다. 비닐하우스 한동도 녹아내렸다. 전씨는 “집을 정리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화재 소식을 듣고 걱정이 돼 경기와 전남에 사는 전씨의 아들 삼형제가 부모와 할머니를 보살피러 와 있었다. 둘째 아들 전무수(47·경기 김포시)씨는 “전쟁터를 보는 것 같다”며 “빨리 불이 다 꺼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인근 어사리 야산 아래에서 폐허로 변한 단층집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희경(70)씨는 “어머니, 오빠 부부와 함께 살던 집 2동과 쌀·농기구 보관창고 2동이 모두 불에 타 숟가락 하나 쓸게 없다”며 “밭으로 급히 옮긴 경운기와 트렉터만 건졌다”고 했다. 김씨는 “당장 살 곳이 없어 어머니와 오빠 부부는 동생집으로 갔고, 저는 갈 곳이 없어 대피소에 머물러야 할 처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민 대피소에서 만난 전용태(80·남당리)씨는 “갑자기 불이 마을을 덮쳐 옷을 챙길 틈도 없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몸만 빠져나왔다”며 “집이 잿더미가 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양곡리 주민 박영순(86)씨는 “이장이 빨리 대피해라고 해 집을 나섰는데 커다란 불길이 뒤쪽에서 치솟아 깜짝 놀라 마을 창고로 뛰어갔다”고 했다. 박씨는 “몇시간 뒤 서울에서 온 아들과 함께 3년 전 새로 지은 집 상태를 확인했는데 다 타버린 뒤였다”며 “통장과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내가 가진 전부”라고 한숨을 쉬었다.

3일 오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산불 현장 인근의 한 농장이 불에 탄 상태로 남아 있다./신현종 기자
3일 오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산불 현장 인근의 한 농장이 불에 탄 상태로 남아 있다./신현종 기자

남성현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산불 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다만 바람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부터 바람이 강해질 것으로 예측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헬기 18대가 진화에 투입했지만 화재 현장에 오후 2시 기준 평균 초속이 6m,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2m인 바람이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림 당국은 홍성 산불 진화율은 오후 6시 기준으로 60%, 산불 영향구역은 1131ha로 추정하고 있다.

산림 당국은 야간에도 소방, 경찰, 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민가와 시설피해가 없도록 방어선을 철저히 구축하고,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공중진화대 등을 투입해 진화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홍성 서부면 지역 서부초, 신당초, 서부중 등 3개 학교는 이날 하루 휴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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