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결혼합니다” 1300명에게 계좌번호 찍힌 청첩장 보낸 장흥군수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성 장흥군수가 자신의 계좌번호가 적힌 장남 결혼식 청첩장을 1300여명에게 무더기로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 군수는 “받아들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벼이 생각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16일 장흥군 등에 따르면, 김 군수의 장남은 오는 1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김 군수는 하객 350여명에게 이를 알리는 종이 청첩장을 보냈다. 청첩장에는 ‘마음 전하실 곳’이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광주은행 계좌번호도 적시해 뒀다.

김성 장흥군수가 군민 등 지인들에게 보낸 장남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종이 청첩장. 우측 하단에 '마음 전하실 곳'이라며 자신의 광주은행 계좌번호를 적어 뒀다. /독자 제공
김성 장흥군수가 군민 등 지인들에게 보낸 장남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종이 청첩장. 우측 하단에 '마음 전하실 곳'이라며 자신의 광주은행 계좌번호를 적어 뒀다. /독자 제공

김 군수는 모바일 청첩장도 1000여명에게 보냈다. 장흥 관내 사회단체장이나 전·현직 군의원들, 공무원이나 사업가들이 신랑과 신부, 양가 혼주의 계좌번호가 적힌 모바일 청첩장을 받아들었다. 김 군수는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9000명쯤 있는데, 그중에서 지인을 추려 보낸 것”이라고 했다.

장흥군 인구(3만5000여명)의 약 3.7%가 김 군수로부터 축의금을 요구받은 셈이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7조는 공무원이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는 경조사를 알려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장흥군청은 다만 “군청 내부 게시판 등에는 알리지 않았고 최소한의 지인들에게만 결혼 소식을 알렸다”는 입장이다.

김성(왼쪽) 장흥군수가 작년 12월 관내 학생들이 참여한 해외비전캠프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흥군
김성(왼쪽) 장흥군수가 작년 12월 관내 학생들이 참여한 해외비전캠프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흥군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군수는 이날 오전 군청 직원들을 수신인으로 하는 ‘군수 아들 결혼식 보도와 관련해’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부모의 마음으로 자식이 결혼한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고 축하받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라며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공직자 여러분께 송구하고 죄송스럽다”라고 했다.

김 군수는 그러면서 “공직자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저의 자식 결혼에 대해 부담갖지 마시고 축의금도 절대로 하지 말라. 마음만 받겠다”라며 “앞으로 더욱 엄격한 잣대로 행동하고 처신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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