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태국 황제도피 때… “한국서 닭발·공진단·이발기까지 공수”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국외 도피 생활을 하면서 한국에서 전기이발기와 전기밥솥, 공진단까지 공수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이날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의 공소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씨는 작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태국과 캄보디아 등지에서 김 전 회장과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 김모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쌍방울 그룹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임박하자 작년 5월 28일 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금고지기’ 김 전 본부장과 함께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박씨는 이틀 후 캄보디아에서 카카오톡으로 쌍방울 비서실 관계자에게 연락해 “회장님의 동선을 극비로 하고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싱가포르행 항공권과 호텔을 예매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회장은 작년 5월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싱가포르로 출국했고, 작년 6월 12일 태국 방콕으로 이동했다.

박씨는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약 7개월간 도피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은신처를 마련하거나, 김 전 회장을 만나러 오는 쌍방울 임직원에게 생활용품과 음식 등을 보내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박씨는 작년 6월 9일 태국 방콕에서 쌍방울 비서실 관계자에게 “유흥업계 종사자가 김 전 회장을 만나기 위해 쌍방울 임원과 함께 태국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왕복 항공권을 예매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씨는 작년 6월부터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쌍방울 임직원을 통해 전기밥솥, 전기이발기 등 생활용품과 김치, 젓갈, 고추장, 생닭, 닭발, 굴비, 들기름, 참기름, 과일, 건어물, 전복, 오징어, 열무, 묵은지 등 음식물, 공진단을 태국으로 공수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는 박씨가 수사 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인 모습도 담겼다. 박씨는 태국한인회장 등의 도움을 받아 태국 방콕 아파트와 호텔, 빌라로 은신처를 옮겼다. 또 태국 현지에서 개통된 휴대전화 2~3대를 김 전 회장과 나눠 사용했다. 은신처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 이상 거리를 벗어나서야 휴대전화 전원을 켜기도 했다.
박씨는 약 20년간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 겸 수행 비서 역할을 했으며, 2010년 2월부터 쌍방울 그룹 이사로 재직 중이다. 박씨는 지난 1월 10일 태국에서 김 전 회장이 체포되자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서류 뭉치가 담긴 가방을 들고 캄보디아로 건너가다가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7일 국내로 송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