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수출규제 해제 논의… 미래준비위 발족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지난 6일 정부의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 발표를 계기로 지난 정부 때 최악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셔틀 외교 복원에 나선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해제와 안보 대화 재개 등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양국은 협력 사업을 준비하는 한일미래준비위원회(가칭) 발족에도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이 16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일 정상 간 공동선언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0여 년간 한일 관계가 경색됐고 불신이 가중된 이후 양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정제된 공동선언을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대신 “한일 간 새로운 미래를 여는 구상이나 합의 사항을 협의하는 준비위원회를 이번에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일 공동선언을 다음 기회에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오는 7~9월 답방하는 안에 대해선 “양 정상이 1년에 한 번 만나면 셔틀이라 부르긴 어색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자신의 의지를 기시다 총리에게 설명하고 양국 협력을 위한 관계 정상화에 나서자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을 방문하게 된 것 자체가 (양국 관계의) 큰 진전이자 성과”라며 “양국 관계 정상화는 두 나라 공통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홍구 전 총리와 최상용·라종일·유명환·유흥수 전 주일 대사 등 원로들은 이날 윤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위한 대통령의 굳건한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행한 반도체 소재 3종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의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 리스트’에 한국을 다시 포함하는 조치도 조속히 추진한다는 로드맵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도 신기술·신산업 공동 연구·개발 등 부처별 한일 교류 프로젝트 100개를 선정해놓고 추진을 준비 중이다.

두 정상이 16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외교·국방 라인 간부가 참여하는 안보정책협의회, 한일 외교 차관 전략 대화 등을 재개하는 데 합의하는 방안을 두고도 양국 정부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북한 미사일 발사 궤적 정보는 3국 간 원활하게 공유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징용 해법 발표에 이은 방일로 한일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정부가 내놓은 ‘제삼자 변제’ 해법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윤 대통령 방일에 맞춰 양국 재계가 참여하는 ‘미래청년기금(가칭)’ 조성 방침을 밝힐 예정이지만, 일본 피고 기업이 당장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 방일에 맞춰 징용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지도 불확실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AP 등 해외 5개 통신사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과거를 직시하면서 한일 양국의 미래상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이 일 측도 그간 표명한 역사 인식에 기반하여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고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