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아빠가 마중 나오고, 함께 목욕하고… 아이에게 가장 기쁘고 설레는 날이죠

차야다 글·그림 / 북극곰 출판사 / 1만4000원
오늘은 아빠가 일하러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시는 날이라네요. 하지만 모두가 함께 쉬는 공휴일은 아니에요. 그러니 아쉽지만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해요. 아빠는 아이가 학교에 가든 말든 모르실 거예요. 아직 이불 속에서 꿈나라를 여행하고 계시니까요. 생각해보면 아빠들은 모두 잠이 많으신 듯해요. 집에서 쉬시는 날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바로 주무시는 모습이니까요.
학교에 가서도 계속 아빠 생각이 났어요. 아이는 매시간 아빠 생각을 해요. 쉬는 날 아빠는 몇 시에 일어나실까요? 그것부터 궁금하네요. 점심시간이 되었어요. 집에 계신 아빠는 점심으로 무엇을 드실지 궁금해요. 혼자 집에서 지내시는 동안 아빤 심심하지 않을까요? 혹시 심심한 나머지 내 방에 몰래 들어가 보시는 건 아니겠죠? 나는 내내 아빠만 생각하는데, 아빠는 내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그러고 보니 아이는 아빠에게 궁금한 게 너무 많네요.
하루 내내 아빠만 생각하다가 수업이 모두 끝났어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보통은 친구들과 놀기도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아빠가 계시는 집으로 곧장 가고 싶어요. 아이는 갑자기 궁금해져요. 과연 아빠도 내 생각을 할까? 집으로 가는 길에 비가 오네요. 비가 오는 버스 정류장에 파란색 우산이 나타났어요. 예상한 대로 아빠가 마중을 나와주셨네요. 그때 하필 자동차가 도로의 고인 빗물을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아빠는 흠뻑 젖고 말았어요. 어설픈 면이 많은 아빠네요. 얼른 집에 들어가 씻어야겠어요. 둘은 함께 목욕을 합니다. 그리곤 아이가 묻습니다. “아빠, 언제 또 쉬어?”
이 책은 아빠와 함께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가는 그림책이에요. 차야다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서 미술감독으로도 활동했어요. 작가는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과의 일화가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고 밝혔어요. 부모님이 쉬시는 날이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고 해요. 세월이 많이 지나서 성인이 된 후에 부모님께 그 이야기를 해 드렸다네요. 그런데 그 말을 듣던 부모님의 대답이 놀라웠다고 해요. ‘왜 그때 말하지 않았어. 말을 해주었으면 자주 쉬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셨다네요. 차야다 작가는 ‘부모님은 왜 그걸 모르셨을까?’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네요.
아이에게 부모님은 모든 것을 다 알 것만 같고, 모든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분들께도 부모로서 초보 시절이 있었을 테지요. 그런 부모님들께 작가는 대신 말해주고 싶었을 거예요. “아이들은 부모님이 쉬시는 날이 그 어떤 날보다 가장 기쁘고 설레는 날이기도 해요”라고 말이죠.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