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강철 감독 “죄송하다는 말 밖에… 비난은 내게만 해달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이강철 감독이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에 고개를 숙였다.
대표팀은 14일 오후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을 떠나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은 2009년 이후 14년만의 4강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호주에게 덜미를 잡힌 데 이어 '숙적' 일본에게 대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3차전에서 체코를 꺾고 뒤늦게 첫 승을 올렸으나 너무 늦은 발동이었다.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호주가 체코를 꺾으면서 한국은 중국과의 최종전 결과와 무관하게 2라운드(8강)에 오를 수 없었다.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한 한국은 중국과 최종전을 마친 뒤 이튿날 곧장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감독은 귀국 직후 취재진과 만나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말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 감독은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선수단은 정말 최선을 다 했다"며 "선수들은 앞으로도 야구를 해야 한다. 모든 비난은 나에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일부 투수들의 혹사 논란이 일었다.
선발 투수들이 대부분 길게 이닝을 가져 가지 못하고 조기에 교체된 상황에서 이 감독이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정철원(두산 베어스) 등 특정 선수만을 기용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에 대한 질문에 "한국시리즈 할 때 투수를 몇 명 쓰는지 알아보길 바란다"며 다소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귀국 소감은. ▶죄송하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어떤 생각으로 대회를 정리했나.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마지막에 선수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 ▶중국전이 끝나고 미팅을 했다. 선수들은 정말 준비를 잘 했다. 역대급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선수들이 몸을 빨리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비난을 자제해주셨으면 고맙겠다. 전부 나한테 비난을 해달라. 선수들은 앞으로 계속 야구를 해야 한다. 또 올해 가을에 아시안게임이 있고 APBC 대회도 있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나를 비난하되 선수들을 향한 비난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올해 또 국제대회가 남아 있는데.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발휘 못했다. 소형준이나 이의리 등 젊은 선수들이 자기 볼을 던졌어도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게 조금 아쉽지만 선수들도 아쉬울 것이다. 다들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다. 다 발휘하지 못하면 그것도 실력이겠지만, 기다려주면 선수들이 잘 성장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투수 혹사 논란이 있었는데. ▶한국시리즈를 할 때 투수를 몇 명 쓰는지 알아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