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86곳, ‘회계장부 비치’ 자료 제출 거부...과태료 150만원 부과

사무실에 회계 관련 서류를 비치했다는 것을 증빙하지 않은 노동조합들에 대해 정부가 14일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일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와 상급 단체 334곳에 공문을 보내, 노동조합법상 사무실에 비치해야 하는 회계 장부 등을 실제로 비치하고 있다는 것을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각 노조 조합원들이 사무실에 와서 회계 관련 서류를 열람할 수 있게 해,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노조 회계를 감시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현행 노조법상 정부는 노조의 회계 관련 서류를 직접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노조로부터 운영 상황에 관한 보고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을 이용해 노조에 ‘서류 비치 상황’에 관한 보고를 요구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노총·민주노총은 고용부의 요구가 “노조의 자주성에 대한 침해”라며 산하 조직들에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 결과, 334곳 중 120곳(35.9%)만이 기한 내에 자료를 냈다. 고용부가 2주의 시간을 더 줬지만, 추가로 자료를 낸 곳은 113곳(33.8%)뿐이었다. 86곳(25.7%)은 끝까지 제출을 거부했다. 15곳(4.5%)은 노조가 해산돼 제출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한노총·민노총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은 노조들 중에선 82.1%가 고용부의 요구에 응해 증빙 자료를 냈다. 한노총 산하 노조들도 한노총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81.5%가 증빙 자료를 냈다. 반면 민노총 산하 노조들 중에선 37.1%만이 증빙 자료를 냈다.
고용부는 자료 제출을 거부한 노조들에 대해 노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각각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다음달 중으로 이런 노조들의 사무실에 조사관을 파견해 서류 비치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현장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 기피하는 노조에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위반으로 500만원 과태료를 추가로 부과한다. 이 과정에서 조사관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노조에는 공무집행방해죄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노총·민노총은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정부의 요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노총은 “꼬투리를 잡아 노조를 사회 부패 세력으로 매도하고 노조 혐오를 조장하려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라면 절대 응할 계획이 없다”며 이정식 고용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민노총은 과태료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과태료 부과 절차는 중지되고, 법원에서 과태료를 내야 하는지 여부를 재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