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아 나눠 갖자” 허위계약으로 청년 전·월세 대출금 17억 가로챈 일당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을 내세워 전세계약서를 작성한 뒤 금융기관에 제출해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 전·월세 대출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대출금 사기에 가담한 42명을 입건, 총책 A(29)씨 등 5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14일 밝혔다. 또 가짜 임대·임차인 역할을 한 B(54)씨 등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21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21회에 걸쳐 허위 임대차 계약 서류를 작성해 시중 은행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하는 청년 전·월세 대출금 약 17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만 19세에서 20대 초·중반의 사회 초년생과 원룸을 소유한 임대인 등을 모집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또 임대차 계약서 등을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건당 8000만~1억원에 달하는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받아 챙겼다.
청년 전용 전세대출은 만 34세 이하 사회 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해 금융기관에서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다른 상품보다 대출 금리가 낮아 청년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A씨 등은 인터넷 등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임대·임차인이 금융기관 관계자와 통화해 확인하는 비대면 절차만 거치면 대출이 실행된다는 허점을 노려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은 A씨 등이 이 같은 범행을 하는 줄 알면서도 “대출금을 받아 나누자. 금리가 낮으니 나머지는 본인이 차차 갚으면 되고, 정말 상황이 좋지 않으면 파산 신청을 하면 된다”는 제안에 허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자신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임대인들에게는 대출금 일부를, 임차인 역할을 한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대출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소액만 준 뒤 상당 금액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등 알선 총책들은 대출금을 상당 부분 써버렸으며, 사건이 기소 전 몰수 보전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아 임차인 역할을 한 사회 초년생들은 대출금을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유사 범행이 계속 확인되고 있는 만큼 한국주택금융공사, 국내 금융기관 등과 협업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허위 계약서 작성 등에 가담할 경우 사기 범죄의 공범으로 입건될 뿐만 아니라 대출금을 변제할 의무까지 생기므로, 목돈을 주겠다며 전세 계약서를 쓰도록 요구할 경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