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받아야죠" 태극마크만 8번…첫승조차 쓰디쓴 레전드의 속내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비난 받을만한 성적이다. 비난하되 기대도 해줬으면 좋겠다."

레전드가 나서서 용서를 빌고 있다. 역대급 '꿀조'에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위기. 야구계 선배가 느낀 위기감은 그만큼 컸다.

한국은 12일 체코를 꺾고 2패 후 첫승을 올렸다. 하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중국전을 치르기도 전에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체코전 분위기도 썩 좋지 못했다. 상대 선발투수가 흔들리는 틈을 타 초반 대량 득점에 성공했지만, 콜드게임 분위기로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타선이 철저히 침묵하는 사이 마운드가 흔들렸고, '쓸놈쓸' 불펜 운용이 이어졌다.
급기야 중국전 선발로는 원태인이 예고됐다. 지난 3경기에서 15명의 투수 중 7명(이의리 소형준 김윤식 구창모 양현종 정우영 고우석)이 소화한 이닝수는 단 1⅔이닝에 불과하다. 이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7피안타 7사사구 10실점을 기록했다.
호주 일본전은 커녕 체코나 중국전 선발로도 낼 수 없다면 사실상 '등판불가' 선수다. 무쓸모한 투수가 대표팀 엔트리의 절반이나 잡아먹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 코치진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안이한 태도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태극마크의 무게를 되새기며 일찍 몸을 끌어올린 선수들만 혹사에 시달리는 형국이 됐다. 정철원과 김원중은 3경기 모두 등판했다. 앞서 오릭스-한신과의 연습경기까지 포함하면 일주일간 5경기에 모두 등판하고 있다.
해설위원으로서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레전드들로선 분통이 터질 일이다. 특히 이대호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올림픽, 아시안게임, WBC, 프리미어12를 총망라해 8번이나 태극마크를 달았던 인물이다.
이 위원은 체코전 중계가 끝난 뒤 방송을 통해 대표팀을 향한 비난 여론에 대해 "비난받을만한 성적이 맞다"는 쓰디쓴 속내를 전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도 더 노력할 거다. 비난은 하되, 기대도 함께 해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한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전 역전패에 이어 콜드게임 위기까지 갔던 일본전 참패까지, 이번 대표팀의 부진 원인은 뭘까. 이대호 위원은 "볼넷이 너무 많다.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지 못한다. 국가대표로서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일침을 던졌다.
이어 "미국은 마이너리그부터 메이저리그까지 6~7단계, 일본은 2군 3군 육성군까지 운영한다. 한국은 조금만 하면 자꾸 1군 기회를 주고 1~2군 차이를 없애려고 한다. 난 반대"라며 "1군에 왔다고 1군 선수가 아니다. 몇년간 꾸준히 잘해야 비로소 1군 선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