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을 금속 쓰레기로 생각”...대한항공 승무원이 보고 안한 이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인천공항 보안상황 현장점검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방문해 출국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인천공항 보안상황 현장점검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방문해 출국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 대기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권총 실탄 2발이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항공기 승무원들의 보안의식 결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탄을 처음 발견한 승객이 승무원에게 알렸지만 승무원은 쓰레기로 생각하고 게이트 밖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3일 인천공항 경찰단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7시45분 필리핀 마닐라로 출발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KE621여객기에서 9㎜ 권총 실탄이 처음 발견된 것은 오전 7시10분쯤이었다. 일찍 기내에 탑승한 승객이 좌석 밑에서 실탄 1발을 발견해 “여기 실탄이 있다”며 대한항공 승무원에게 알렸지만, 승무원은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게이트 밖 탑승교 조작판에 두고 항공기 문을 닫았다. 문제가 없다고 보고를 받은 항공기 조종사는 항공기를 활주로까지 이동시켰다.

그런데 항공기가 이동한 직후인 7시40분쯤 첫번째 실탄이 발견된 좌석 인근에서 다른 승객이 또다른 실탄을 발견해 승무원에게 알리자 승무원은 기장에게 보고했다. 결국 해당 항공기는 터미널로 되돌아왔고, 승객 218명은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보안 검색을 받은 뒤 3시간이 지난 오전 11시쯤 목적지로 출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방문, 대한항공 여객기 내 실탄 발견 사건의 경위를 보고 받고 “기내 실탄 유입은 명백한 보안 사고”라며 “항공기와 공항안전 총책임자인 장관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특히 승무원이 실탄을 쓰레기로 착각하고 방치해 신고가 늦어진 점을 지적하며 “관계 기관 대처가 적절했는지 철저히 조사해 보안 실패가 확인되면 법령에 따라 단호히 처분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처음 승객으로부터 실탄 발견 얘기를 들은 승무원은 탄알을 다른 금속물체로 생각하고 경찰이나 보안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 같다”며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해당 승무원의 연차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재발 방지 등 후속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발견된 실탄 2발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하고 여객기 탑승자 명단과 현장 CCTV 영상, 보안 검색 화면 등을 확보해 항공보안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또 인천공항 엑스레이 재검색 결과 실탄 3발이 든 환승객 가방이 확인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확인된 사항이 아니며 추적 중인 내용도 없다”며 “일단 실탄 2발이 기내에 유입된 경로를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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