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프로야구, 개구리 몸값만 뛰었다

“이런 수준의 팀이 미국에서 야구를 하면 그걸 누가 구경하겠어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4시즌 개막전을 미국에서 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허구연 총재는 이 일로 미국을 1년 동안 세 번 다녀왔다. 그러나 야구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김인식 전 야구 대표팀 감독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력을 더 쌓아서 미국에서도 ‘한국 야구가 잘하는구나’ 느껴야 관중이 오지 않겠느냐. 이대로라면 교포만 올 것”이라고 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개막전을 할 게 아니라 대표팀을 질롱 코리아처럼 호주 프로야구로 보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한국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중국과 벌인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최종전에서 22대2로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역대 WBC 최다 점수 차 경기이자 한국 대표팀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다. 그러나 이날 승리와 무관하게 한국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승 2패로 B조 3위에 그쳤고, 일본(4승)과 호주(3승 1패)가 1·2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한국 야구는 2013·2017년 대회에 이어 3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이란 굴욕을 맛봤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미국의 유력 야구 매체 베이스볼아메리카가 내놓은 전력 평가에서 일본은 20팀 중 2위, 한국은 7위였다. 반면 호주(18위), 체코(19위), 중국(20위)은 나란히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한국은 그야말로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는’ 조에 편성됐는데도 참사를 빚었다.

◇어설픈 준비가 화를 불렀다

대표팀은 지난달 15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 모여 훈련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KT와 같은 훈련장이었다. 미국 전지훈련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몇몇 선수는 한 달 남짓한 기간 한국→구단 전지훈련지→미국 애리조나→LA→서울→일본 오사카→도쿄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펼쳤다. 선수단은 현지 궂은 날씨와 잦은 이동의 후유증에 시달렸고 훈련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미국이 시설은 좋지만 시차 적응에만 일주일씩 걸린다”며 “손발 맞춰볼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개최지인 도쿄와 가까운 오키나와나 후쿠오카에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 투수코치를 역임했던 양상문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은 “경기 결과를 떠나서 선수들 피칭과 라이브 배팅, 연습 경기 영상을 봤을 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느낌이 들어 걱정했다”며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 이번 WBC가 KBO와 팬을 위해 매우 중요한 대회인 걸 모두 알고 있었는데, 대회 규약상 훈련 가능한 날짜인 2월 1일부터 훈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경쟁력 잃었는데 몸값은 거품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야수보다 투수의 수준 저하가 두드러졌다. 김인식 전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김광현만 못하니 여태껏 김광현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구단에서 국내 투수를 가르치는 데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각 구단이 선수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고액 계약만 쏟아내며 ‘몸값 거품’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FA(자유계약선수)와 비FA 다년 계약 중 총액 100억원 이상 계약은 2017~2021년 5년간 5건이었는데, 2022시즌을 앞두고 7건, 올 시즌 전에는 4건이 나왔다. 야구계에선 “선수들 실력에 비례해 계약 규모가 커졌다기보다는, 그만큼 좋은 선수가 안 나와서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값이 오른 것”이라고 해석한다.

양준혁 위원은 “육성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구단들이 아마추어 야구에 투자하거나 선수 선발과 육성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선수를 못 키워내니까 100억원씩 주고 사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성호 KBS N 해설위원은 “거품 몸값은 선수들이 만든 게 아니라, 단기간에 성적을 내야 하는 구단들이 선수 육성 대신 검증된 FA 선수 영입에 더 힘을 쓰면서 형성된 것”이라며 “거품이 만들어지지 않게 FA 연수를 줄여 많은 선수가 시장에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리더 역할 못하는 KBO

2020~2021년 코로나 사태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프로야구는 입장객이 2017년 840만68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강곡선을 그린다. 리그 수준 저하와 국제대회 부진이 이어지는데도 관중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한 결과다. 2022년 프로야구 총 관중은 607만6074명에 그쳐 2017년보다 27.7%나 줄어들었다.

야구장이 텅텅 비어가는데도 KBO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한 야구인은 “KBO가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구단을 설득하고 규합해 리그 전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오히려 특정 구단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KBO가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상윤 기자,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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