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없다!" 초보감독 이승엽, 예고편부터 흥미진진 [부산초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수비는 탄탄하게, 피칭과 타격은 과감하게. 야구의 기본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야구영웅' 이승엽은 다른 걸까. 현역 시절 홈런타자였지만, 그에 못지 않은 뜨거운 노력과 치밀한 준비도 돋보였던 '국민타자'다.
13일 부산 사직구장.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의 KBO리그 공식 데뷔전이 치러졌다. 두산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2023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렀다.
경기전 만난 이승엽 감독은 "시범경기인 만큼 베테랑들에겐 시간을 주고 싶다.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본인도 팀도 큰 손실이다. 부상없이 100% 뛸 수 있는 상황이 돼야한다. 아마 15일쯤부터는 주전 선수들이 나갈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열심히 해줬고, 첫 경기고 하니 그 성과를 보고 싶다"면서 "우리가 작년 실책이 117개다. 수비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투수들이 마음놓고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 실책이 나오면 타자들도, 팬들도 루즈해진다"고 했다.
또 "투수들은 좀더 공격적이면 좋겠다. 볼넷을 줄이고 과감하게 승부하라고 했다. 어렵게 가려다 볼넷 주면 수비에도 악영향이 간다"면서 "실전에선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정규시즌 개막 전까진 빼지 말고 타자가 생각할 시간이 없도록 최대한 압박하길 바란다. 벌써부터 시즌모드로 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 해설을 맡은 나지완 해설위원은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홈런타자이면서도 굉장히 세밀한 야구를 하던 선수다. 사령탑으로 팀을 운용하는 모습이 기대된다"며 웃었다.
이날 두산 타자들은 타자 쪽으로 기운 타이밍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앞서가다보니 신예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선발 찰리 반즈와 외국인 타자 잭 렉스, FA 노진혁 유강남, 간판타자 한동희 등 주력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한 롯데와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나지완 위원은 "두산 타자들이 두려움 없이 스윙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보더라인에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는다. 스윙이 용감하고 씩씩하다. 분명히 이승엽 감독이 지시한 바가 있다. 오늘 얻어가는게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을 조기 교체하지 않고 3타석씩 부여한 것에 대해서도 "언제 저 선수들이 1군에서 3타석을 연속으로 뛰어보겠나. 좋은 기회라고 본다"면서 "감독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습이 나오다니 놀랍다"고 했다.
이날 두산은 송승환 안재석의 홈런과 허경민의 역전 결승타를 앞세워 5대3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상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든 본인이 갖고 있는 스윙을 자신있게 하라고 주문했는데, 그런 모습이 나온 것 같다. 투수들도 마운드에서 제 몫을 다했고 수비, 주루에서도 좋은 모습을 봤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감독 이승엽'의 인상적인 예고편이었다.
부산=김영록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