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속에서도 ‘예비 빅리거’ 이정후 방망이는 뜨거웠다

‘도쿄 참사’ 속에서도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예비 빅리거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4차전에서 중국에 22-2로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체코, 중국을 상대로 2승을 챙겼으나 한국은 2013년, 2017년에 이어 3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호주, 일본에 내리 패배해 8강 진출이 희박해진 한국은 중국전을 앞두고 열린 경기에서 호주가 8-3으로 승리하면서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경우의 수마저 사라졌다.
이번 대회는 한국 야구 역사에서 또 하나의 '참사'로 기록됐다.
객관적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된 호주에 홈런을 3방이나 헌납하면서 7-8로 충격패를 당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4-13으로 대패하면서 투타에서 모두 확연하게 벌어진 전력차를 절감했다.
대형 참사 속에서도 '예비 빅리거' 이정후의 방망이는 돋보였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둔 이정후에게는 빅리그 구단들의 이목이 쏠린 무대에서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정후는 2023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 진출에 나선다. 2022시즌을 마친 후 일찌감치 키움 구단의 허락을 받아놨고, MLB의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선임했다.
WBC와 빅리그 진출 도전 등이 맞물려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를 앞두고 이정후는 철저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1월부터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고, 타격폼까지 수정했다. 타격 5관왕을 차지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지만 안주하지 않고 진화를 위해 노력했다.
이번 대회에서 MLB 진출을 천명한 이정후에 쏟아지는 관심은 대단했다. MLB 공식 사이트인 MLB닷컴은 현역 메이저리거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아닌 이정후를 한국의 단독 인터뷰 대상자로 지목했다.
또 MLB닷컴은 이정후를 한국 대표팀의 주요 선수로 꼽으면서 "한국에서 에드먼과 김하성이 유명하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매력적인 스타는 KBO리그 MVP 출신 이정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이번 대회 4경기에 모두 3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 타율 0.429(14타수 6안타)로 불꽃타를 선보이며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과 기대에 부응했다. 출루율 0.500, 장타율 0.571로 둘을 합친 OPS가 1.071에 달했다. 삼진으로 물러난 것은 한 번뿐이었다.
그는 호주와의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을 올리며 예열했다. 한국이 3-2로 앞선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안타를 날렸고, 박병호(KT 위즈)의 2루타로 홈을 밟아 추가점을 안겼다. 8회에는 볼넷을 골라나갔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멀터히트를 때려냈다.
한국이 양의지의 투런포로 2-0 리드를 잡은 3회 2사 2루에서 베테랑 빅리거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다르빗슈의 시속 95.2마일(약 153㎞)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시속 99.5마일짜리 타구를 만들어냈다.
5회에는 한국 타선을 압도하던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직구를 공략해 좌월 2루타를 날렸다. 이마나가의 시속 94.9마일짜리 직구를 공략해 좌측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했다.
체코전에서도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7-3 승리에 힘을 더한 이정후는 중국전에서 가벼운 근육통으로 3회 교체되기 전까지 2타수 2안타로 3타점을 쓸어담았다. 1회 1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날렸고, 8-2로 앞선 3회초 무사 만루에서는 우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이정후는 타격의 정확도와 선구안을 과시했고, 장타력도 보여줬다. 한국 타선에 포진한 두 빅리거보다 더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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