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지 모를 태극마크, 쓸쓸하게 돌아선 베테랑들

한국 야구대표팀의 발걸음이 멈추자, 베테랑의 ‘라스트 댄스’도 막을 내렸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중국과 경기에서 22-2로 이겼다.
이미 8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은 중국과 마지막 경기를 승리하며 2승2패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일본(4승), 호주(3승1패)가 B조 1, 2위로 8강에 올랐다.
마지막 경기 대승에도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회다.
한국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의 4강 진출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고개를 떨궜다.
사실상 이번 대회가 마지막 국제대회 출전이었던 베테랑들은 쓸쓸하게 태극마크를 반납하게 됐다.
주장 김현수(LG 트윈스)는 10번째 국제 대회인 이번 WBC를 앞두고 "국제대회는 나갈 때마다 의미가 정말 남다르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국제대회에)못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1988년생인 그가 다음 국제무대를 기약하기는 어렵다는 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의 각오도 더 단단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이번 대회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앞선 9차례 국제대회에서 통산 59경기 타율 0.364, 76안타 4홈런 46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던 그는 2023 WBC에서 공수에 걸쳐 어려움을 겪었다.
3차전 체코전에서야 대회 첫 안타를 신고한 그는 1~3차전 3경기서 9타수 1안타(타율 0.111) 2타점에 머물렀다.
주전 좌익수인 그는 체코전에서 실책성 플레이로 2점을 헌납한 뒤 교체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중국과 4차전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김현수뿐 아니다. 이번 대회에선 중심 역할을 기대받았던 베테랑들이 유독 어려움을 겪었다.
대회 직전부터 컨디션 난조를 겪었던 3루수 최정(SSG 랜더스)도 9타수 1안타(타율 0.111)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SSG), 양현종(KIA 타이거즈)도 웃지 못했다.
10일 일본과의 2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2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2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다 3회 연속 볼넷으로 흔들린 점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9일 호주와 1차전서 위기에 구원 등판한 양현종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홈런을 맞고 교체되기도 했다.
마지막일지도 모를 국제대회에서 웃지 못한 건 이번 대회에서 2개의 홈런포를 터뜨린 양의지(두산 베어스)도 마찬가지다. 양의지는 이전 국제대회에서 빈타에 허덕였지만, 2023 WBC에서 10타수 4안타(타율 0.400) 2홈런 5타점을 뽑아내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나 대표팀 투수의 부진 속에 양의지는 투수 리드를 자책하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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