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노조개혁은 미룰 수 없는 숙제” 용산과 코드 맞추기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취임 후 첫 당정(黨政) 협의회에서 ‘거대 노조’ 개혁을 강조하며 “미룰 수 없는 숙제”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의제인 노동 개혁을 여당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형 노조의 기득권을 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민주노총과 공조를 강조하는 야당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국민의힘과 고용노동부는 13일 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조합원 절반 이상이 요구하거나 노조 내에서 횡령·배임 문제가 불거진 경우 노조 회계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은 회계 장부를 노조 사무실에 비치하기만 하면 된다. 당정은 또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회계 감사를 해 결과를 조합원 총회에서 공개하도록 하고, 회계감사원의 전문성과 독립성 수준을 높이는 등 노조의 회계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회계를 공시하는 노조에 대해서만 노조원의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노조비의 15%)을 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노조가 비조합원에게 채용 불이익을 주거나 낮은 임금을 적용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은 징역·벌금형에 처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노조 투명성 강화에 대해 “개혁의 첫 번째 대상이자 어떤 경우도 미룰 수 없는 숙제”라고 했다. 또 “강성 거대 귀족 노조는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만 할 시기가 됐다”고 했다. 장관이 참석하는 당정 협의회에 당대표가 참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 대표는 정계 입문 전 전국택시산업노조 울산시본부 자문 변호사를 맡았었다. 대기업 노조의 영향이 큰 울산에서 시장·국회의원을 역임하며 노조에 대한 이해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는 노조가 긍정적 기능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거대 노조의 힘을 일방적으로 키워주면서 노사(勞使)의 운동장이 노(勞) 측으로 너무 기울어졌다고 보고 있다”며 “이를 바로 잡아야 일자리 창출, 수출, 투자 확대가 이뤄지고 민생 개선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노조법을 개정해 하루 빨리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정책 시행 시기를 못 박진 못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법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히려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가능 범위도 넓히는 노조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경제계의 반대에도 민노총 등 대형 노조가 강력히 주장해온 법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당정 회의를 시작으로 연금, 교육 등 윤석열 정부 개혁 과제를 적극 제기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그간 “당이 민생 정책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개혁을 막는 야당과 각 분야 기득권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여론전도 펼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고 “소수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정책 등에서) 난관에 부딪혀 있지만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강력하게 관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