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가구 엿본 월패드 해킹범… 경찰 “방송에도 나왔던 보안 전문가”

해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웹사이트에 올라온 국내 아파트 월패드 해킹 영상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해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웹사이트에 올라온 국내 아파트 월패드 해킹 영상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아파트 거실에 설치된 월패드(wallpad·주택 관리용 단말기) 카메라를 해킹한 뒤 영상을 해외 사이트 등에 팔아넘기려던 3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이 가운데, A씨는 과거 보안 전문가로 공중파 메인 뉴스에도 등장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박현민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장 경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A씨는 예전에도 한 언론에서 보안 취약점에 관해서 설명한 적이 있었던 보안 전문가였다”라며 “보안 전문가가 범행에 연루돼 있다는 걸 알고 저희도 좀 놀랐다”고 밝혔다. A씨는 과거 공중파 메인 뉴스에 출연해 IT 보안 문제와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직접 시험까지 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감에 따르면 A씨의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IP(인터넷프로토콜) 주소를 통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숙박업소나 식당 등에 설치된 공유기들을 경유해 아파트 단지 서버에 침입했다. 박 경감은 “A씨는 보안 전문가로서 아파트 단지 서버에 대한 취약점을 미리 다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행이 복잡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박 경감은 월패드 해킹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평소 카메라 렌즈를 가리고 비밀번호를 설정해 두라고 조언했다. 박 경감은 “월패드는 스마트폰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카메라가 해킹되면 집안 권한이 해커에게 넘어간다”며 “월패드에 부착된 집안 내부를 비추는 카메라를 가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월패드는 스마트폰처럼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비밀번호도 주기적으로 변경을 해야 이런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패드 해킹 사건 관련 압수물. /연합뉴스
월패드 해킹 사건 관련 압수물. /연합뉴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0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체포해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를 해킹하고 집안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해외 사이트 등에 판매하려던 혐의를 받는다. 피해 아파트 세대는 전국적으로 40만4847개 가구, 638개 아파트 단지에서 해킹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확보한 피해 영상은 213개고, 사진은 40만장 이상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단순히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월패드를 해킹하고 영상을 외부에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지난해 11월 해외 사이트에 영상 일부를 첨부한 뒤 구매에 관심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호객을 한 점, 구매 의사를 밝힌 접촉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점 등을 들어 실제 판매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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