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레일 사장, 장관 안전지시 11일간 뭉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안전 미조치’ 등을 이유로 나희승 코레일 사장을 해임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건의할 방침인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나 사장은 취임 이후 18건 철도 사고가 터지는 동안 경영진 누구도 문책하지 않았고, 지난달 국토부 장관이 내린 ‘철도 안전 지시’도 11일 만에 현장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코레일에선 사망 사고와 탈선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11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이은 철도 사고와 관련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11/뉴스1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11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이은 철도 사고와 관련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11/뉴스1

국토교통부는 지난달부터 이어온 코레일(한국철도공사) 특별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은 지난달 3일 철도 운영사 대표들을 불러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철도 안전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관제, 시설 보수, 차량 정비 등 철도 안전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했다. 여러 안전 지시 사항들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나 사장은 “(올해 발생한) 탈선 사고 등 유사한 사고가 앞으로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원 장관의 안전 지시 사항은 이로부터 11일 뒤인 지난달 14일에야 코레일 전 소속 기관 및 현장에 전달됐다. 국토부 특별감사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그 사이 코레일에선 ‘오봉역 사망 사고’(11월 5일), ‘영등포역 탈선 사고’(11월 6일)가 발생했다. 장관 주재 회의 2·3일 뒤에 대형 사고가 연달아 터진 것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홍명호 대변인은 본지에 “장관 지시 사항은 (비상 대책) 회의 당일, 실시간으로 전 소속 기관에 전파가 됐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회의 직후 나 사장이 코레일 본사 간부 등과 내부 회의를 하긴 했지만, 전국 소속 기관과 현장에 장관 지시 사항을 공문을 통해 전달한 건 회의 후 11일 지나서였다.

또 나 사장은 지금까지 재임 기간 발생한 4건의 사망 사고 및 14건의 탈선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 문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의 ‘안전사고 관련 경영진 문책’ 규정엔 코레일 사장은 철도 사고 발생 시 그 정도에 따라 담당 경영진(본사 본부·실장 등)에게 해임·업무배제·감봉·주의 등 징계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특정 사장 재임 기간에 18건 사망·탈선 사고가 일어난 전례가 없다”고 했다. 사망 사고만 4건이 발생했는데 주의조차 받은 경영진이 한 명도 없다는 건 정상적인 운영 관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코레일 대변인은 본지에 “경영진 문책을 계속해왔다”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나 사장 취임 후 안전 문제로 인사 조치된 경영진은 올 6월 직원 사망 사고로 인해 교체된 본사 안전총괄본부장 딱 한 명이었다. 단순 교체였고 어떤 징계·문책도 받지 않았다. 이 밖에 다른 사고로 징계 등을 받은 직원이 3명 있었지만 모두 경영진이 아니라 그 밑 실무급이었다.

국토부는 이달 안에 코레일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 주변에선 “나 사장의 해임 사유가 차고 넘친다”는 말이 돈다. 원 장관은 감사 결과가 확정되면 나 사장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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