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를 다녀와서 느낀 벤투의 4년 뚝심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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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53) 감독의 시간은 배신하지 않았다.

4년 뚝심으로 밀고 온 그의 '빌드업 축구'는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 팀도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고, 이제는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어떻게 하면 이어갈지 고민할 시간이 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 내린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란 성과를 냈다.

허정무 전 감독이 이끌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이후 12년 만이자, 4강 신화를 쓴 2002 한일월드컵을 포함하면 통산 세 번째다.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던 걸 고려하면, 다수의 예상을 빗나간 기분 좋은 결과다.

한국 축구의 16강 진출엔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마스크 투혼과 황희찬(울버햄튼)의 포르투갈전 극장골, 신예 공격수 조규성(전북)의 등장 등 선수들의 노력이 따랐지만, 4년 뚝심으로 한국 축구를 바꾼 포르투갈 출신의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직후인 8월23일 부임한 벤투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이란 특수 상황 속에 무려 4년4개월이란 오랜 기간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다.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하는 축구, 이른바 '빌드업 축구'를 내세운 벤투 감독의 철학은 월드컵 전까지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10차전까지 치른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8경기 만에 본선행을 확정했으나, 세계무대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그의 축구가 통할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됐다.

실제로 위기로 없었던 게 아니다. 지난해 3월 일본 원정에서 0-3 완패를 당한 뒤 벤투를 향한 여론은 급속도 악화했었다.

국내파 위주로 치른 올해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또 한 번 일본에 0-3 참패를 당해 우승을 놓쳤을 때도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사실 대한축구협회 내부적으로도 벤투 감독을 향한 신뢰가 부족했다. 올해 초 최종예선을 마친 뒤 재계약 논의가 오갔지만,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협회가 벤투 축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면 월드컵 성패와 상관없이 벤투를 붙잡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협회가 벤투와 본선을 정면 돌파하기로 한 결정은 박수받을 만하다. 과거처럼 번갯불 콩 볶듯 감독을 바꿨다면, 지금의 16강은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벤투호의 성공으로 한국 축구는 4년 동안 하나의 사령탑 체제로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벤투 감독 이전에 첫 원정 16강을 이뤄낸 허 전 감독도 31개월 동안 대표팀을 맡았었다.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월드컵에서 성공할 확률은 높았던 셈이다.

반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2006년 독일월드컵 딕 아드보카드(9개월), 2014년 브라질월드컵 홍명보(13개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신태용(13개월)은 전부 1년 남짓이었다.

아르헨티나에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안긴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도 2018년 11월 부임해 4년 동안 팀을 만들었다.

또 월드컵 2연패를 아쉽게 놓친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은 2012년 부임해 10년째 지휘봉을 잡았다.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위해선 '인내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벤투가 남긴 4년은 이전 한국 축구엔 없던 특별한 유산이다. 이것을 한 번의 성공으로 기뻐하고 소비한다면, 카타르에서의 성공은 일회성으로 사라질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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