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아들 취업시켜주면 내 肝 드릴게요”

대구에 사는 중년 여성 A씨는 지난 2월 지인으로부터 ‘한 건설사 회장이 병에 걸려 간 이식을 해 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건설사 회장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주면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A씨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재택근무 중이던 자신의 아들을 떠올렸다. A씨 아들은 항공사 직원이었는데, 코로나로 하늘 길이 막히면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고 덩달아 고용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A씨는 고민 끝에 “아들을 회사에 취업 시켜주고 현금도 1억원을 준다면 간을 이식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건강을 회복하고 싶었던 건설사 회장은 이 제안을 수락했다.

A씨는 지난 3월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장기 매매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A씨는 회장의 며느리라고 속였다. 친족 간에는 생체 간 이식을 할 수 있다. 장기기증검사 결과 간 이식 적합 판정도 나오는 등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입원한 지 하루 만에 A씨가 코로나에 걸리고 수술이 연기되면서 일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A씨 형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A씨의 병실을 지키는 점을 이상하게 본 간호사가 “이상하다”며 병원에 제보해 결국 들통나게 된 것이다. 수술은 취소됐고 A씨 등은 장기이식법상 장기 매매 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A씨는 “아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엄마인 제가 법을 모르고 욕심을 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박정길)는 20일 “장기 적출 이식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생명, 보건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다”면서도 “A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미수에 그쳤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간을 이식받기로 했던 건설사 회장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 7월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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