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아파트 평가액 잘못 산정… 국세청, 상속·증여세 덜 물렸다

감사원 전경 2014.9.2/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감사원 전경 2014.9.2/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고액 재산의 상속에 많이 쓰이는 서화(書畵)나 골동품, 공동주택,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평가액을 조세 당국이 잘못 산정해 납세자들로부터 상속세·증여세를 적게 거둬 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과세 대상 재산 가액 평가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납세자에게 상속되는 서화와 골동품의 가액을 평가하기 위한 ‘감정평가심의회’를 2012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동안 2016년 8월 단 1차례만 개최했다. 서화와 골동품은 납세자가 가액을 일부러 낮게 잡아 상속세를 적게 내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가 2인 이상으로부터 각각 감정을 받은 가액의 평균값을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와 별도로 국세청장이 위촉한 3인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감정평가심의회에서 해당 서화·골동품을 감정해야 하고, 여기서 감정된 가액이 더 큰 경우에는 이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해야 한다. 그런데 국세청이 감정평가심의회 관련 규정을 제대로 정비해두지 않은 탓에 그동안 감정평가심의회가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상속이 이뤄진 12명 소유 서화·골동품 1만5323점의 감정평가 내역을 확인한 결과, 3127점(20.4%)은 전문가들의 감정가액이 서로 배 이상 차이가 나거나, 감정가액이 취득가액보다 낮았다. 서화·골동품의 가액이 실제 가치보다 낮게 매겨져 상속세도 덜 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상속세·증여세 과세에서도 잘못이 드러났다. 해당 물건이 최근에 매매된 경우에는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가액을 매겨야 하고, 아니면 같은 단지 내 비슷한 물건의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가액을 매겨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가액을 매기는데, 공시가격은 시가보다 낮은 것이 통상적이므로 이 경우 납세자가 세금을 덜 내게 된다.

그런데 세무서 23곳은 비슷한 물건이 매매된 기록이 있는데도 납세자들이 공시가격에 따라 신고한 가액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를 기준으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했다. 한 예로, 서울 역삼세무서는 2020년 한 납세자가 증여받은 아파트와 유사한 아파트가 과거 52억원에 거래된 것을 확인하고도 별도 심의를 하지 않고 공시가격인 43억원으로 평가해 증여세를 4억원 적게 매겼다. 이런 식으로 상속세·증여세가 덜 과세된 경우는 전국에서 38개 물건에 대해 59억2700만원에 달했다.

신주인수권 관련 증여세 부과에서도 조세 당국의 잘못이 드러났다. 납세자가 가족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신주인수권증권을 사들인 뒤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식으로 전환해 이를 팔아 이익을 얻으면, 특수관계인이 납세자에게 증여를 해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다. 그런데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이자율은 일반 사채의 이자율보다 낮은 것이 통상적이므로, 현행 법령에 따르면 둘 간의 차이만큼을 납세자가 부담한 비용으로 보고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런데 국세청이 법령을 잘못 해석해, 이 비용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주지 않고, 엉뚱하게 납세자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신주인수증권을 살 때 낸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해주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세청에 “낮게 과세한 사례에 대해 적정하게 과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과세 대상 재산 종류별로 객관적이고 통일된 평가 방향을 제시하는 등 관련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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