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연장전→동점→승부차기… 150분 혈투에 심장 멎을뻔

아르헨티나(FIFA 랭킹 3위)와 프랑스(FIFA 4위)의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편의 서사시였다. 아르헨티나가 달아나면, 프랑스가 따라잡는 양상이었다. 두 거인의 대결은 전 세계 시청자 15억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숨 막히는 접전은 결국 역대 세 번째 결승전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환희의 눈물로 대미를 장식한 쪽은 ‘메시와 그의 전사(戰士)들’이었다.

◇전반 2-0: 아르헨 전반에만 2골… 佛 슈팅 0개

아르헨티나는 시작부터 엄청난 에너지로 프랑스를 압도했다. 앙헬 디마리아(유벤투스)를 오른쪽이 아닌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킨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의 작전도 통했다. 앞선 경기에서 부진했던 디마리아는 이날 빠르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전반 21분엔 페널티 지역 왼쪽을 파고들다 상대 우스만 뎀벨레(FC 바르셀로나)에게 반칙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23분에 처음 골문을 열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

조별리그 1차전부터 결승전까지 7경기 연속 선제골이었다. 그중 5골을 메시가 해결했다. 공세를 늦추지 않은 아르헨티나는 전반 36분 추가 골을 뽑아냈다. 중앙선 오른쪽 부근에서 메시의 감각적인 패스를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가 전방으로 밀어줬고, 알렉시스 마크알리스테르(브라이턴)가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파고드는 디마리아에게 연결했다. 디마리아의 왼발 슈팅이 골 그물을 흔들면서 2-0이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데뷔한 메시가 긴 여정 끝에 ‘축구의 신전(神殿)’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아르헨티나의 압박에 눌린 프랑스는 전반에 슈팅을 하나도 하지 못했을 만큼 무기력했다.

◇후반 2-2: 佛의 대반격… 후반 35·36분 잇따라 골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은 전반 41분에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AC 밀란)와 뎀벨레를 빼고 란달 콜로 무아니(프랑크푸르트)와 마르퀴스 튀람(묀헨글라트바흐)을 투입해 반전을 노렸음에도 계속 끌려갔다. 그런데 아르헨티나가 후반 19분 체력이 떨어진 디마리아 대신 마르코스 아쿠냐(세비야)를 투입한 이후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레 블뢰(Les Bleus·프랑스를 상징하는 푸른색) 군단’은 후반 22분에 첫 슈팅을 하며 반격의 파도를 일으켰다. 후반 26분엔 중원의 플레이메이커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수비수 테오 에르난데스(AC 밀란)가 빠지고, 공격수 킹슬레 코망(바이에른 뮌헨)과 미드필더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레알 마드리드)가 들어갔다. 더 밀릴 수 없었던 프랑스의 총공세였다.

후반 35분에 만회 골이 터졌다. 콜로 무아니가 상대 니콜라스 오타멘디(벤피카)에게 반칙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어내자,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가 꽂아 넣었다. 음바페는 1분 만에 동점골까지 만들어냈다. 튀람과 패스를 주고받은 뒤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논스톱 슈팅, 골 그물을 흔들었다. 공교롭게도 코망이 메시에게서 공을 뺏으면서 빠르게 역습을 한 것이 주효했다. 루사일 스타디움을 찾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내지르며 환호했다. 흐름은 프랑스 쪽으로 넘어갔다.

◇연장 3-3: 연장전, 메시가 ‘장군’하자 음바페 ‘멍군’

아르헨티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연장 전반을 버텨낸 뒤 연장 후반 3분에 세 번째 골을 넣었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 밀란)와 메시, 엔소 페르난데스(벤피카)가 삼각패스를 하며 프랑스 수비진을 흔들었다. 마르티네스는 페르난데스에게 받은 패스를 문전 오른쪽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했다. 함께 쇄도했던 메시는 골키퍼에게 맞고 튄 공을 곧바로 오른발로 때렸다. 수비수가 걷어내려 해 봤지만 이미 공은 골 라인을 넘어간 뒤였다. 마르티네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벌인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두 번이나 골을 넣고도 오프사이드에 걸려 아쉬움을 남겼는데, 결승전에선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를 피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웃을 수 없었다. 연장 후반 13분에 음바페의 슈팅이 수비수 곤살로 몬티엘(세비야)의 팔에 맞아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음바페가 이를 직접 차 넣어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엔 콜로 무아니가 아르헨티나 수비 실수를 틈타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뒤 슈팅을 했다. 마르티네스의 선방이 아니었더라면 역전골이 될 뻔했다. 이젠 승부차기에 운명이 달렸다.

◇승부차기 4-2: 佛 2명 실축… 아르헨은 모두 성공

양 팀의 1번 키커 음바페와 메시가 차례로 성공해 1-1. 이후 아르헨티나 골키퍼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그는 프랑스 2번 키커 코망의 슛을 막았고, 3번 키커 오렐리앵 추아메니(레알 마드리드)의 슛 방향도 읽고 몸을 날려 실축을 유도했다. 마르티네스는 어깨춤을 추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몬티엘
몬티엘

아르헨티나는 메시에 이어 파울로 디발라(AS 로마), 레안드로 파레데스(유벤투스)가 골을 넣어 3-1로 앞서갔다. 4번 키커 몬티엘은 3-2로 쫓긴 상황에서 프랑스 골키퍼 위고 요리스(토트넘)를 속였다. 4-2. 5번 키커까지 갈 필요도 없어졌다. 아르헨티나가 2시간 30여 분의 대접전을 감격적인 승리로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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