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를 구실로 ‘공짜 야근’시키는 사업장 잡아낸다

정부가 ‘포괄임금제’를 구실로 근로자들에게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사업장들에 대해 처음으로 집중 단속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오·남용 의심 사업장을 선정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고용부는 제보와 언론 보도 등을 수집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등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를 10~20곳 추렸고, 이 업체들을 대상으로 연장근로시간 제한을 어기지는 않았는지, 포괄임금제로 약정한 시간 이상으로 근무한 근로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자가 시간외근로를 매달 일정 시간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사용자는 그에 상응하는 연장·야근·휴일근로수당을 정액(定額)으로 기본급에 더해 지급하는 임금 지급 관행이다. 수당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수당 총액만 정해놓고 기본급에 더해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한 시간에 따라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실제 근로 현장에서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가 번거롭거나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을 계산하기에 편하다는 등 이유로 포괄임금제가 광범위하게 쓰여 왔다. 2020년 고용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업체 2522곳 가운데 749곳(29.7%)이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었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포괄임금제를 이유로 초과 근로에 대해 야근수당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경우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예를 들어, 노사 합의로 포괄임금제를 도입하면서 매주 6시간 야근을 하는 것으로 계산해 야근수당을 임금에 미리 포함시켜 놓았다고 해도, 근로자들이 실제로는 매주 12시간 야근을 하고 있다면 6시간에 대해서는 야근수당이 추가로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게임 산업 등에선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하는 집중·장시간 근무) 시기에 매주 수십 시간의 초과근무를 시키면서도 수당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포괄임금제가 ‘야근 갑질’과 임금 체불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정부가 포괄임금제 오·남용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포괄임금제 개선을 국정 과제로 삼고 포괄임금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었지만, 임기 끝까지 가이드라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2020년에 실태조사를 한 것 외에 포괄임금제 오·남용 업체에 대한 실제 단속에 나서지도 않았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포괄임금제는 사회 초년생인 청년 등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문제이나, 그간 정부 차원에서의 오·남용 시정 노력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며 “영세 기업의 임금·근로시간 관리 어려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공정한 노동시장 질서 확립을 이루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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