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땅… 오늘의 판결] 새 집주인 실거주할 거라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 거절 가능

전세 세입자가 원래 집주인을 상대로 계약 갱신을 요구한 뒤 등기를 넘겨받은 새 집주인도 실제 거주를 위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계약 갱신 요구 당시 등기부상 소유권을 가진 임대인만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A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2020년 7월 5일 한 아파트를 사고, 10월 30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 이 아파트에는 B씨가 2019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유효한 전세 계약을 맺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B씨가 2020년 10월 16일 원래 집주인에게 전세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A씨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기 전이다.

계약 갱신 요구권은 세입자가 계약 만료 2~6개월 전에 집주인을 상대로 계약을 2년 연장해 달라고 하면 집주인은 원칙적으로 이를 들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집주인이나 직계 존비속이 실거주할 예정이면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2020년 11월 A씨는 B씨에게 “내가 여기 살 것”이라며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하지만 B씨가 계약 갱신 요구를 이미 했다며 집에서 나가지 않자, A씨가 건물 인도 청구 소송을 내게 된 것이다.

A씨는 1심에선 승소했지만 2심에선 패소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 A씨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지 않아 임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는 원래 집주인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며, 자신이 매입한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려고 했기 때문에 B씨의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며 A씨 패소로 판결했던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종전 임대인과 별도로 갱신 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최초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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