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놓쳤지만 23세에 득점왕… 펠레 “축구의 미래를 봤다”

19일 새벽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에서 패해 준우승을 한 프랑스의 음바페가 득점왕에게 주는 골든부트상을 수상한 뒤 무거운 표정으로 우승컵 옆을 지나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19일 새벽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에서 패해 준우승을 한 프랑스의 음바페가 득점왕에게 주는 골든부트상을 수상한 뒤 무거운 표정으로 우승컵 옆을 지나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전 세계인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 승부에서 메시와 함께 주연을 맡은 또 하나의 배우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였다. 아르헨티나가 먼저 달아나면 음바페가 추격에 나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하지만 결승전 해트트릭에도, 대회 득점왕에도, 음바페는 고개를 숙였다. 가장 꿈꿨던 우승 트로피가 자신이 아닌 메시의 품에 안겼기 때문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프랑스의 음바페는 4년이 지나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우뚝 섰다. 음바페는 19일 아르헨티나와 벌인 결승전에서 3골을 터뜨렸다. 그는 전반에는 아르헨티나의 탄탄한 조직력에 가렸지만, 0-2로 뒤지던 후반 35분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키며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상대 골키퍼가 방향을 읽고도 막지 못한 절묘한 킥이었다. 이후 1분 만에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2-3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연장 후반 13분 음바페는 페널티킥 골로 해트트릭을 달성, 경기를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승부차기(1번 키커)까지 포함하면 그는 이날 무려 4번이나 골 그물을 흔들었다. 음바페는 총 3번의 페널티킥을 찼는데 모두 왼쪽 같은 방향으로 날릴 정도로 담대했다.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 스트라이커 음바페가 왼쪽 사이드에서 논스톱 슈팅으로 팀의 두번째 골을 기록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 스트라이커 음바페가 왼쪽 사이드에서 논스톱 슈팅으로 팀의 두번째 골을 기록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8골 음바페, 프랑스 골 절반 책임져

역대 월드컵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1966년 잉글랜드 제프 허스트 이후 음바페가 두 번째다. 준결승까지 5골을 기록했던 음바페는 대회 총 8골로, 7골을 올린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를 제치고 골든부트(득점왕)를 차지했다. 2002년 브라질의 호나우두(8골) 이후 한 대회에서 기록한 가장 많은 골이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총 16골을 올렸는데 음바페가 절반을 책임졌다. 독보적인 골잡이 음바페가 있었기에 프랑스도 결승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1998년생인 음바페는 지난 2018 대회 영플레이어상을 거머쥐었고, 이번 대회에선 골든부트로 또 한번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표정은 4년 전과 달랐다. 음바페는 경기가 끝나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다가가 그를 토닥였지만 음바페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음바페는 시상식에서 최우수 선수 메시, 최우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 영플레이어 엔소 페르난데스(벤피카·이상 아르헨티나)와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홀로 표정이 어두웠다. 단체 촬영이 끝난 후 아르헨티나 선수끼리 기념사진을 찍으라며 자리를 비켜준 음바페는 씁쓸해 보였다.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에 우승을 내준 프랑스의 음바페가 넋을 잃고 벤치에 앉아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에 우승을 내준 프랑스의 음바페가 넋을 잃고 벤치에 앉아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음바페, 프랑스 축구의 주인공으로

비록 우승엔 실패했지만 음바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이 프랑스 축구의 주인공임을 입증했다. 4년 전 음바페는 프랑스 역대 최연소 월드컵 출전(19세 178일), 최연소 득점자(19세 183일) 등 기록을 세웠고 4골을 뽑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 통산 월드컵 골을 12골로 늘린 그는 만 24세가 되기 전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기존 기록은 축구 황제 펠레(7골·브라질)가 갖고 있었다. 결승전 당일 기준 음바페의 나이는 23세 363일이다. 또 그는 독일의 게르트 뮐러(24세 226일)를 넘어 월드컵 역대 최연소로 10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20대의 어린 선수지만 벌써 역대 월드컵 득점 순위 6위에 자리했다. 1위는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로, 클로제는 4번의 월드컵에 나서 총 16골을 기록했다. 음바페가 지금의 기세를 유지한다면 이 기록을 깨는 건 시간문제다.

19일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포옹하는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TASS 연합뉴스
19일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포옹하는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TASS 연합뉴스

전 세계는 음바페에 주목하고 있다. 펠레는 “나의 친구 음바페는 결승에서 네 골(승부차기 포함)을 넣었다. 이런 축구의 미래를 보는 건 대단한 선물”이라며 음바페를 추켜세웠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메시의 존재는 위대했지만, 최고의 선수는 음바페였다. 21세기 프랑스 축구의 핵심인 음바페는 앞으로도 틀림없이 위대한 재능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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