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비운의 영웅, 美 최고 훈장 받을 길 열려

로이스 윌리엄스 미 해군 퇴역 대령
로이스 윌리엄스 미 해군 퇴역 대령

미 해군 파일럿으로 6·25전쟁에 나가 현대 전쟁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 무공을 세우고도 비밀에 부쳐야 했던 비운의 노병이 100세를 코앞에 두고 미국 최고 무공 훈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 의회 상·하원은 최근 합의한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에 미 해군 퇴역 장교 로이스 윌리엄스(97)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도록 시한을 유예하는 조항을 포함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현 규정에 따르면 명예 훈장은 영웅적 행동이 벌어진 지 3년 안에 추천받아 하고, 5년 안에 시상하도록 돼 있는데, 특수한 상황이면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이 유예 대상으로 윌리엄스를 적시한 것이다. 지난 7월과 11월 각각 하원과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발의한 뒤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미군 연간 운용 계획이 담긴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것이다.

지금부터 꼭 70년 전인 1952년 11월 18일, 스물일곱 살 청년 해군 장교 로이스 윌리엄스는 적 시설물 폭격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투기 F9F 팬서를 몰고 함경북도 회령 상공으로 날아갔다. 이에 소련군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기지에서 당시 최신식 전투기였던 미그-15 7대를 띄웠다.

윌리엄스가 미 항공모함 오리스커니함을 모함으로 한 해군 전투기 부대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사진. 오리스커니함은 6·25와 베트남전 때 현장에 배치됐다. /페이스북
윌리엄스가 미 항공모함 오리스커니함을 모함으로 한 해군 전투기 부대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사진. 오리스커니함은 6·25와 베트남전 때 현장에 배치됐다. /페이스북

연료 이상 문제로 편대 소속 아군 전투기들이 돌아간 사이 홀로 남은 윌리엄스의 전투기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상공에서 적기들에 둘러싸였고, 35분간 벌인 공중전에서 미그기 네 대를 격추했다. 당시 전투기에는 동료가 탑승했지만 윌리엄스가 공중전을 전담했다. 이는 미그기를 상대로 미군 전투기가 단일 출격으로 거둔 최대 성과였다. 귀환한 윌리엄스의 전투기에는 구멍이 263곳 뚫렸고, 60㎝ 길이 흡집까지 났지만, 그가 입은 상처라곤 격렬한 움직임으로 전투복이 쏠리면서 목 피부가 벗겨진 정도였다. 귀환하는 그의 전투기가 적군으로 오인받아 격추될 뻔할 아찔한 상황까지 벌어진 극적인 작전이었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이런 활약상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소련을 자극해 전세가 확전될 수 있다는 미 정보 당국의 판단에 따라 전황 보고서가 기밀 문서로 분류된 것이다. 영웅적인 공을 세운 윌리엄스에게도 함구령이 내렸다. 윌리엄스가 격추한 미그기 숫자는 ‘1′로 축소돼 공표됐고, 이 전공으로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반세기 동안 ‘봉인’돼 있던 그의 전설적 활약상은 2002년 당시 출격 기록이 기밀 문서에서 풀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97세인 윌리엄스가 대통령이 참전 군인에게 주는 최고 무공 훈장인 ‘명예 훈장’을 받을 길이 열렸다. 윌리엄스는 30년간 해군 파일럿으로 복무하면서 6·25와 베트남전을 포함해 220차례 출격했고 1984년 퇴역했다.

미 중부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살고 있는 그는 군과 참전 용사 관련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사우스다코타 지역 공영방송(SDPB) 인터뷰에서 분신과도 같았던 F9F 팬서 전투기에 각별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그 전투기의 사진과 모형을 지금도 집에 걸어놓았다”며 “힘든 시기를 겪고 나니 지금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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