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집주인, 실거주 목적이면… 대법 “세입자 갱신 요구 거절 가능”

대법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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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목적으로 이른바 ‘전세 낀 집’을 샀다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기 전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해도 이를 거절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그동안 ‘계약 갱신 청구권’을 두고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새 집 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에 대해 명확한 해석이 없었는데, 대법원이 처음으로 판례를 정립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새 집주인 A씨가 세입자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에서 A씨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계약 갱신 청구권은 세입자가 전세 계약 2년이 만료되기 6~2개월 전 집 주인에게 2년 더 계약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면, 집 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세입자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2020년 7월 말 시행된 것이다.

그런데 실거주 목적으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산 새 집 주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 세입자가 옛 집 주인에게 전세 계약 갱신 청구를 한 경우가 문제였다. 세입자는 “2년간 더 살겠다”고 버티면, 이른바 ‘영끌’을 해서 집을 산 새 집 주인이 자신이 살 집은 사놓고도 갈 곳이 없어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법적 허점으로 당시 전세 낀 집을 산 사람들이 “내 집에 내가 못 들어간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소송전도 이어졌다.

A씨도 실거주 목적으로 2020년 7월 5일 한 아파트를 매입하고, 10월 30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 이 집은 B씨가 2019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전세 계약을 맺은 ‘전세 낀 집’이었다.

그런데 계약 갱신 청구권이 2020년 7월 말부터 시행되자, B씨는 전세 계약 만료 6개월 전인 그해 10월 16일 옛 집 주인에게 전세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A씨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기 전이다.

이를 알게 된 A씨는 2020년 11월 B씨에게 “내가 여기 살 것”이라며 B씨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그러나 B씨 측은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할 당시 집 주인은 A씨가 아니기 때문에, 2년 더 전세 살 권리가 있다”며 집을 나가길 거부했다. 양측은 결국 소송을 벌였다.

1심은 A씨 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B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사람(새 집 주인)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2심을 파기 환송했다. 임대인이 실거주할 목적이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임대인은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집 주인으로만 제한해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A씨가 계약 갱신 거절을 할 수 있는 적법한 기간인 전세 계약 종료 전 6개월~2개월 내에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고 했다. 다만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기간을 지나서 거절한 경우엔, 이 같은 대법원 판례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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