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K-콘텐츠’ 자신”… 윤제균 감독 ‘영웅’에 담은 ‘코레아 우라’ 정신

한국 최초의 쌍천만 신화를 쓴 충무로 최고의 흥행 킹, 윤제균(53) 감독이 뜨거운 진정성과 사명감을 가슴 가득 품고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코레아 우라(Korea ura, 대한민국 만세)’ 정신으로 버틴 그의 도전이 12월 마지막 극장가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전망이다.

한국 영화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JK필름 제작)으로 '국제시장'(14)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윤제균 감독. 그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영웅'을 연출한 과정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과 애정을 털어놨다.

'영웅'은 2009년 초연과 동시에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지금까지 인기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영웅'을 스크린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영웅'은 한국 영화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어 많은 기대를 모았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영웅'은 뮤지컬 대표 넘버들이 선사하는 전율을 더욱 강렬하고 뜨겁게 전한 것은 물론 무대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볼거리와 감동을 배가하며 뮤지컬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 또한 한국과 라트비아를 넘나드는 로케이션 촬영 및 대규모 세트 제작을 통해 블록버스터다운 볼거리를 전했고 뮤지컬 초연부터 14년간 안중근 역을 맡은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를 주축으로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 세대를 아우르는 실력파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완벽한 앙상블로 작품의 진정성을 높였다.

특히 '영웅'은 1132만명을 동원한 '해운대'(09), 1426만명을 모은 '국제시장'으로 한국 영화 감독 최초 쌍천만 흥행 기록을 세운 충무로 '흥행 킹' 윤제균 감독이 사활을 건 신작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작품을 고증, 안중근 의사와 독립투사의 뜨거운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충무로 대표 감독의 품격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탁월한 연출력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여온 윤제균 감독은 이번 '영웅'에서도 남녀불문 세대를 초월하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며 또다시 한국 영화사(史)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

오랜만에 연출작을 선보이게 된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연출로 돌아왔다. 계획해서 오래 걸린 것은 아닌데 여러 일로 연출하기까지 늦어졌다. 원래 계획은 '국제시장'이 끝난 뒤 곧바로 '영웅' 준비하려고 했다. 실제로 2016년부터 준비했는데 당시에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다. 아들이라곤 나 하나뿐인 어머니가 너무 갑작스럽게 아프셨고 아들인 나는 어떻게든 어머니를 살려보고자 모든 걸 뒤로 하고 간호에 최선을 다했다. 약 1년 6개월 정도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면서 어머니도 나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끝내 어머니가 오래 버티시지 못하고 2017년 6월 돌아가셨다. 대학을 다닐 때 돌아가신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떠나고 나니 나도 견디기 힘들더라. 멘탈이 많이 흔들렸고 그렇게 6개월 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이러한 이유로 '영웅'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했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른 뒤 2018년 다시 '영웅'을 준비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생각해보면 정말 다사다난했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뮤지컬 영화라 일반 장르 영화보다 준비할 부분이 더 많았고 어렵게 준비해 2019년 촬영에 돌입해 2020년 8월 개봉하려고 했다. 그런데 또 본의 아니게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몰아쳤고 개봉을 2년간 못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2022년 마지막 극장에 관객을 찾게 된 사연 많은 작품이다"고 곱씹었다.

쉽지 않았던 장르, 그리고 쉽지 않았던 과정을 겪은 윤제균 감독. 1000만 흥행작을 두 편이나 가진, 말 그대로 믿고 보는 감독이지만 '영웅'은 그 어떤 손가락보다 아프고 애틋한 작품이 됐다. 그의 간절함과 진정성은 '영웅'에 고스란히 담겼고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시사회에서 호평을 얻으며 힘찬 출발을 시작하게 됐다. 윤제균 감독은 "일단 언론 반응이 좋아 안심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VIP 시사회에서 처음 일반 관객과 영화를 같이 봤는데 반응이 좋더라. 특히 일반 관객 중 '가족, 아이들과 다시 보러 오겠다'라는 응원을 많이 들어 개인적으로 뭉클하고 기뻤다. '영웅'을 만들 때 가족이 다 같이 극장에 와서 즐기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사실 코로나19 이후 극장가는 가족 단위의 관객이 잘 안 오고 있지 않나? '영웅'이 가족 단위의 관객을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안도했다.

물론 '영웅'을 향한 확고한 신뢰와 자신감도 있었다. 윤제균 감독은 "이번 작품은 목표가 명확했다. 첫 번째 뮤지컬 원작 공연을 본 사람들이 '영웅'을 보고 절대 실망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것과 두 번째 'K-콘텐츠'가 세계적인 유행인 이 시기에 '영웅'을 꺼냈을 때 한국 감독의 한 명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K-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웅'은 정말 촬영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영웅'의 호평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도 고백했다. 윤제균 감독은 "원작 뮤지컬 연출자이자 제작자인 윤호진 감독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영화를 만들면서 그분에게 폐가 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다행인지 그분의 평가가 너무 좋았다. 많은 신에서 울컥했고 영화도 원작만큼 잘 구현된 것 같다는 칭찬에 너무 기뻤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시사회 이후 '한국의 '레미제라블'(12, 톰 후퍼 감독) 탄생'이라는 평가도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윤제균 감독은 "만약 그런 호평을 듣는다면 감독으로서 너무 영광일 것 같다. '영웅'은 '레미제라블'과 비교하자면 절반의 비슷함이 있고 절반의 다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절반의 비슷함은 두 작품 모두 현장 라이브를 영화로 완벽히 담아냈다는 것이다. 또 절반의 새로움은 '레미제라블'의 경우 대사까지 노래로 표현했다면 '영웅'은 노래와 대사를 구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사로 노래를 만들 때 관객의 감정 이입이 쉽지 않다는 리스크가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대사와 노래의 비중을 분배해 영화에 녹이려고 했다"며 "'영웅'을 만들면서 레퍼런스를 삼은 작품에 대해 많은 사람이 '레미제라블'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 내가 레퍼런스를 삼은 작품은 '어둠 속의 댄서'(01, 라스 폰 트리에 감독)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오열을 하면서 봤다. 내게 정말 많은 영감을 준 작품이었고 '영웅'을 만들기까지 많은 영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불모지로 통하는 뮤지컬 장르. 그 어려운 걸 해낸 윤제균 감독은 다음의 뮤지컬 도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정말 녹록하지 않았던 현장이라 한 번 더 뮤지컬 영화를 하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은 엄두가 안 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영웅'을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도전한다는 정신으로 무작정 덤볐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이 힘들다. 모든 넘버를 라이브로 촬영했을 때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장 소리를 컨트롤하는 건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다. 엄청 추운 겨울 촬영에도 모두가 패딩 점퍼를 입지 못했다. 고작 입을 수 있는 것은 소리가 나지 않는 얇은 플리스 집업 정도였다. 점퍼뿐만 아니라 신발에도 천을 다 덧대 잡음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을 펼쳤는데 노래에 더 욕심이 나서 오케이 컷을 외치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나도 나지만 배우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나? 다들 '견뎌야 한다'라는 정신으로 버틴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내가 그동안 20여년간 영화를 만든 것 중에 가장 많은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컷과 컷을 연결해 만들 수도 있었지만 주인공들의 미세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기도 했다. 특히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할 때 감정선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롱테이크 기법이 필요했다"며 "아마 영화를 보면 흔히 말해 선수들은 알 것이다. 전 세계 '영웅'을 내놨을 때 '이 영화는 한국에서 최고로 잘 만든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라고 평가받고 싶어 더욱 공을 많이 들였다"고 고백했다.

'영웅'의 타이틀롤인 배우 정성화에 대한 깊은 신뢰도 숨기지 않았다. 2009년 뮤지컬 초연부터 무려 14년간 안중근 역을 맡아 무대를 압도했던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는 이번 '영웅'에서도 조국의 독립과 평화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독립군 대장 안중근을 완벽한 싱크로율로 소화했다. 윤제균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솔직히 난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확고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영화의 최대 목표는 공연을 본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실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목표를 완성하게 해주는 가장 부합된 사람은 단 한 명, 정성화다. 정성화가 아닌 캐스팅은 당연히 날 선 비교가 따라올 것이다. 그런 비교 자체를 애초에 원하지도 않았고 '영웅'은 무조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최고의 캐스팅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영웅'의 안중근은 실력이 가장 중요했다. 이 세상에서 정성화 보다 잘할 수 있는 배우가 있나? 단언컨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반대로 정성화가 '영웅' 출연을 고사하면 어쩌나 싶었다. 만약 거절한다면 집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설득하려고 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충분히 설득이 가능했다. '영웅'에 정성화가 안 된다면 작품 자체를 엎을 계획까지 세웠다"고 털어놨다.

한국 영화 흥행의 한 획을 세운 윤제균 감독은 흥행 부담감도 솔직했다. 윤제균 감독은 "'영웅'은 솔직히 부담감이 너무 크고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너무나 떨린다. '국제시장' 때는 이렇게 떨리지 않았는데 이게 8년 만에 컴백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영웅'이라서 그런지 너무 떨린다. '영웅'의 모든 배우, 스태프에게 딱 한 마디 했다. 간절히 기도하자고. 내가 생각할 때 관객은 신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위에서 모든 걸 관장하는 관객은 신이다. 무엇보다 신만큼 정확하게 판단하는 대상도 없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의 진심이 신에게 잘 전달되길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고 전했다.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SF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경쟁 역시 "'아바타2'는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도 그 영화 못지않게 시청각의 향연이라고 자부한다. '영웅'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며 '영웅'은 가슴으로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이 가세했고 '해운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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