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현악기에 소리 줄이는 장치 달고… 곤히 잠든 아기 예수 표현

지난 3~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소프라노 율리야 레즈네바와 베네치아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열렸어요. 베네치아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시대 악기 오케스트라인데요. 시대 악기란 바로크 시대를 포함해 17세기 이전의 옛 악기나 이를 복원한 악기를 말해요. /한화
지난 3~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소프라노 율리야 레즈네바와 베네치아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열렸어요. 베네치아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시대 악기 오케스트라인데요. 시대 악기란 바로크 시대를 포함해 17세기 이전의 옛 악기나 이를 복원한 악기를 말해요. /한화

지난 3~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소프라노 율리야 레즈네바(33)와 베네치아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열렸어요. 바로크 시대의 곡을 주로 노래하는 레즈네바의 청량한 목소리와 놀라운 기교에 많은 청중이 박수를 보냈죠.

함께 연주한 베네치아 바로크 오케스트라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요. 특히 헨델·비발디 등의 오페라 서곡과 합주 협주곡에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줬죠. 베네치아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시대 악기 오케스트라인데요. 시대 악기란 바로크 시대를 포함해 17세기 이전의 옛 악기나 이를 복원한 악기를 말해요. 고(古)악기라고도 하죠.

바로크 시대에는 다양한 음악으로 성탄절(크리스마스)을 기념했어요. 바로크 시대 협주곡 형식으로 만든 성탄절 음악과 이를 만든 작곡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곡가는 모두 이탈리아 출신입니다.

◇추기경 의뢰로 만든 성탄절 협주곡

먼저 소개할 곡은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 작곡의 ‘성탄절’ 협주곡 작품 6의 8입니다.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했던 코렐리는 협주곡 발전에 많은 공을 세운 인물이죠. 이 작품은 악보에 ‘성탄의 밤을 위해 만들어짐’이란 문구가 쓰여 있어 성탄절 협주곡이라 부릅니다. 아기 예수와 처음 만난 일을 잔잔한 감동으로 그려낸 명곡입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의 감동을 그려낸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 /위키피디아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의 감동을 그려낸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 /위키피디아

이 곡은 당시 코렐리를 특별히 아끼던 피에트로 오토보니 추기경의 의뢰로 만들었다고 해요. 정확한 작곡 날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1690년 직접 연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그의 사후인 1714년 출판됐습니다. 전곡은 빠름과 느림이 번갈아 나오는 짧은 여섯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악장 속에서도 속도 변화가 있기 때문에 악상이 변화무쌍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전곡의 하이라이트는 ‘파스토랄레(pastorale·전원풍 혹은 목가풍 곡)’라는 지시어가 붙은 마지막 6악장인데요. 1악장에서 심각한 느낌의 g단조로 시작한 협주곡이 장조로 바뀌며 편안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를 줍니다.

◇성탄절 관련 작품 여럿 남긴 비발디

바로크 시대 협주곡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는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는데요. 바이올린은 물론이고 첼로, 기타, 그 외의 관악기를 위한 협주곡 등 5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긴 천재였습니다.

곤히 잠든 아기 예수를 묘사한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  /위키피디아
곤히 잠든 아기 예수를 묘사한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 /위키피디아

특히 협주곡에서 독주 악기 부분을 화려하게 만드는 데 탁월했던 비발디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현란한 화성(和聲) 진행(화음의 진행 방법)으로 ‘사계’를 포함해 널리 사랑받는 명곡을 많이 남겼죠.

성탄절과 관련된 비발디의 작품은 여러 곡이 남아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Il Riposo(휴식)’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 RV(비발디의 작품 분류 번호)270입니다. ‘거룩한 성탄절에 붙임’이라는 제목과 함께 붙어 있는 ‘휴식’이라는 부제는 곤히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의 모습을 의미해요. 비발디는 전곡인 세 악장 모두에서 현악기에 ‘약음기(소리를 줄이는 장치)를 달고 조용히 연주하라’는 지시를 붙이고 있습니다.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무척 은밀하게 이루어지지요.

◇명랑하고 가벼운 느낌의 경쾌한 춤곡

주세페 토렐리(1658~1709) 역시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한 협주곡을 남겼어요. 베로나에서 태어나 볼로냐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한 토렐리는 위의 두 작곡가처럼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는데요. 작곡 분야에서는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을 여럿 남겨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주세페 토렐리(1658~1709)도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한 협주곡을 남겼어요. /위키피디아
주세페 토렐리(1658~1709)도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한 협주곡을 남겼어요. /위키피디아

그의 생애 마지막 해에 쓴 합주 협주곡 12곡 가운데 여섯 번째 곡인 작품 8의 6은 ‘거룩한 성탄을 위한 파스토랄레’라는 제목이 붙어있어요. 느린 서주(전주의 일종)가 붙은 세 악장 형식으로 된 이 협주곡은 g단조의 조성을 갖고 있음에도 진지함보다는 명랑하고 가벼운 느낌이 지배적입니다. 경쾌한 춤곡풍의 1·3악장과 깊은 서정성을 지닌 2악장 모두 인상적이죠.

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의 성탄절은 화려함과 차분함, 기쁨과 종교적 감동이 함께하는 행사입니다. 다양한 성탄절 음악 가운데 바로크 시대에 만든 작품을 들으면서 당대의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특별한 음향과 앙상블을 경험하기 바랍니다.

[콘체르토 그로소]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협주곡 형식인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는 우리말로 ‘합주 협주곡’이라고 풀이합니다. 협주곡을 가리키는 이탈리아어 콘체르토(Concerto)에는 라틴어에서 비롯된 대립이나 대결의 의미와, 정반대인 화합과 조화라는 뜻이 동시에 들어 있는데요. 콘체르토 그로소에서는 고음 악기 둘과 저음 악기 하나로 구성된 악기군(콘체르티노)이 독주 부분을 연주해요. 이 악기들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그들과 합세해 다시 연주하기도 하지요. 이와 달리 바이올린이나 건반 악기 연주자 등 팀이 아닌 한 사람이 오케스트라 전체와 음악을 주고받듯 연주하는 개념을 ‘독주 협주곡’이라고 해요. 이는 바로크 시대 후기에 시작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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